25일 밤SBS TV의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았다.지난해 2월 방송으로는 처음 '수지 김 사건'의 의혹을 다뤄 재수사를 촉발시켰던 바로 그 프로그램이었기에 관심이 갔다.
프로그램 내용 중 무엇보다도 내 눈길을 끈 것은 "현직에 있을 때 알게 된 정보는 규정상 퇴직 후에도 말할 수 없다"는당시 안기부 직원의 한 마디였다.
물론 정보기관에 몸 담았던 사람으로서 민감한 정보에 대한 보안유지는 당연한 의무일 수 있다.
그러나 '사건 조작'이라는 추악한 과거가 아직도 보호해야 할 정보의 범위에 속하는지는 묻고 싶었다.
'국가안전기획부'라는 이름을 과감히 걷어치우고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했던 게 지금의 국정원이다.
지난해 초 안기부의 구여권 선거자금 지원사건이 터졌을 때 애써 무관함을 강조했던 국정원이다. 그러나 요즘 드러나는 국정원의 모습은 아쉽게도 아직은 과거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경찰의 '수지 김 사건' 수사를 방해하면서 옛 악업(惡業)을 보호하려 했던 태도는 실망감만 키울 뿐이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은 '국정원 전ㆍ현직 직원이 직무상 비밀에 속한 사항을 진술하고자 할 때 미리 원장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국정원직원법 17조2항에 대해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정보기관이라 하더라도 무조건적인 조직논리로 조직원의 말할 권리를 막을 수 없다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국정원은 이제라도 '옳지 않았던 것은 옳지 않았다'고 솔직히 밝히고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용의가 없는가.
진실을 가리는 조직의 논리는 언젠가 국민의 저항에 부딪힌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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