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을 이용하는 수술이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내시경은 이제 기관지, 자궁, 위, 소장, 대장, 맹장, 비장, 췌장 등 우리 몸에 안 들어가는 곳이 없을 정도다.
내시경의 기능도 획기적으로 발전해 의사의 눈(진단)과 팔(수술)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에 개발된 내시경은 혈관 속에 들어갈수 있을 만큼 직경 2㎜ 정도의 작은 것도 있고, 120도까지 휘어지기도 한다.
내시경은 시술 부위에 따라 복강경, 기관지경, 관절경, 골반경, 자궁내시경, 난관경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다양해지는 외과내시경 수술
일반외과는 산부인과보다는 늦게 내시경을 도입했지만 맹장염, 담석 제거, 비장, 부신절제술은 물론위암, 대장암, 간암까지 수술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연세대 일반외과 이우정 교수는 “작은 구멍을 통해 어렵게 진단과 치료를 하는 내시경수술에 대해 외과의사들이 초창기에는 별로 환영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개척정신을 가진 몇몇 외과 의사들에 의해 내시경수술은 21세기 의학의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 시작된 복강경 담낭절제술은 외과적수술 중에서 가장 먼저 도입된 수술법이자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는 분야이다.
서울중앙병원 일반외과 이승규 교수는 “우리 병원의 경우 1,000사례가 넘었고, 담낭절제술 환자의 90% 이상을 복강경수술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강경수술중 가장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것은 담낭(쓸개)절제술이다. 담낭에 돌이 생기거나 이로인한 담낭염이 발생한 경우 종전에는 배를 10~15㎝ 정도 절개해 쓸개를 제거해야 했다.
하지만 내시경을 이용하면 배꼽부위에 4개의 구멍만 뚫으면 담낭을 절제할수 있다. 너무 덩어리가 큰경우엔 기계적인 힘이나 전기 수압, 레이저 등을 이용해 부순 후 역시 내시경을 이용해 제거할 수있다.
과거에는 수술로 간을 절제하는 수밖에 없었던 간내담관의 담석증도 최근엔 작은 내시경인 담도경을 이용해 간을 건드리지 않고 담석을 제거할 수 있다.
맹장염, 탈장 등에도 복강경 수술이 활발히 이용되고 있으며 흉부외과에서는 심장수술 시 개심술 대신 흉강경수술을 통해 수술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있다.
액취증을 없애기 위한 교감신경 절제술의 경우 내시경을 이용하면 바늘 굵기정도의 상처밖에 남지않아 수술 후 반창고만 붙이면 된다.
정형외과 영역에서도 무릎, 어깨, 손목, 발목관절 등 수술에 사용하는 관절경이 전체 수술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무릎수술의 80%는 내시경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신경외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내시경을 통해 디스크 수술을 하고 있으며, 정형외과 의사들은 관절내 연골이 찢어졌거나 물렁뼈 제거 및봉합을 위해서 무릎관절경을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내시경수술 가장 활발한 산부인과
자궁근종, 난소종양, 자궁내막증, 난관복원, 자궁기형, 자궁외임신, 요실금 등 거의 모든 부인과 질환에서도 내시경수술이 가능해 졌다.
강서미즈메디병원 산부인과 장영건 과장은 “자궁출혈이 있을때 과거에는 약물치료나 자궁내막 소파술을 한다음 그래도 효과가 없을 경우엔 자궁을 적출했다”며 “최근엔 자궁내시경을 이용한 자궁내막 절제술로 자궁을 보존하면서 치료를 할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부인과 질환치료에서 현재 내시경수술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
복강경 시술이 활발한 강서미즈메디병원의 경우는 전체 수술의 90%,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은 산부인과 시술의 80%가 복강경수술이다.
▼위 내시경에서 코 내시경까지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에 의한 위장출혈증상이 있을 경우 과거에는 응급수술을 했으나 최근에는 대부분 출혈환자가 응급수술을 받지 않고 내시경으로 해결하고 있다.
세란병원 소화기센터 이종경 과장은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 모든 위장관 출혈의 약85%를 내시경으로 지혈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기관지를 막고 있는 폐암, 기관지 결핵 치료 등을 위해 기관지 절개술 대신 기관지 치료내시경이 이용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김호중 교수는 “대량출혈, 호흡부전 등 부작용의 위험도 커 기관지 내시경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국내에 세 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축농증이나 안구돌출증 등 코질환이나 안과질환에도 내시경이 사용되고 있으며, 요실금은 물론 신장암 전립선암 환자의 신장이나 림프선 절제술까지 내시경수술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내시경 수술 어떻게 진행되나
내시경수술은 전신마취가 원칙이다. 대체로 배꼽아래를 1㎝ 정도 절개한 후, 가느다란 관을 삽입해 여기에 CO2가스를주입, 수술할 수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수술의 시작이다.
배꼽 주위에 5㎜짜리 두 군데,10㎜짜리 한 군데를 더 뚫어 집도의가 여러 종류의 수술기구를 삽입한다.
내시경 끝에 달린 카메라에는 컴퓨터칩이 붙어있어 육안으로 보는것보다 더 선명한 화면을 얻을 수있다.
의사는 모니터를 보면서 구멍 속에 삽입한 다양한 기구를 조작해 질병의 진단은 물론 질병 부위를 특수가위로 절제하고, 전기로 태우거나 클립을 이용해 봉합하는 등 치료를 한다.
■내시경 수술의 장단점
최근 경험이 점점 쌓이면서 의사의 손도 숙련돼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연세대 이우정 교수는 “과거엔 개복수술보다 오히려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최근에는 숙련도가 높아지면서 맹장염 수술의 경우 10분이면 끝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내시경 수술 환자의 60%가 당일입원해 수술, 퇴원까지 할 정도이다.
수술 후통증도 거의 없고 회복이 빠르니 장 운동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기간도 그만큼 단축돼 조기에 음식섭취가 가능하다.
입원 기간도 짧아 산부인과 질환의 경우 평균1주일이 넘던 기간이 복강경을 이용하면 2~3일 정도로 단축된다.
일상생활 복귀도 그만큼 빨라질 수밖에 없다. 수술흉터도 거의 남지 않아 미용적 효과도 크며 수술 후 재발률이나 합병증도 낮다.
한솔병원 김선한 복강경 수술센터 소장은 “수술 시 출혈이 적기 때문에 수혈에 따른 위험이 없다. 수술 후엔 마약 성분의 진통제 사용을 줄일 수 있고 호흡이 약해져 생기는 폐합병증 같은 부작용도 적어진다”고 말했다.
한솔병원의 경우 개복수술 환자는 수술 후 5일 정도 마약성분의 진통제를 투여받지만 복강경 수술 환자들은 비마약성 진통제를 2일 정도만 받는다.
문제는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술비가 비싸다는 점이다. 내시경수술은 일부만 의료보험에 적용돼 맹장염의 경우 개복수술에 비해 60만~100만 원을 추가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입원기간이 단축돼 총비용면에서는 비슷하다. 미국에서는 개복수술 비용이 1만 달러라면, 복강경수술은 7,000~8,000달러 정도로 오히려 높다.
또 수술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주입한 CO2 때문에 복압이 올라가 수술 후폐에 관련된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복강경 수술은 누구나 가능한 것은아니다. 혈액응고 장애나 임산부, 극도로 비만한 사람은 수술이 쉽지않다.
급성 염증성질환이나 장폐색으로 장이 심하게 부은 경우도 가급적 피하는 것이좋다.
■암 수술도 가능한가
복강경으로 암수술까지도 가능한가.
이미 국내 병원에서는 위암, 대장암, 식도암,신장암, 폐암 등에서 선택적으로 복강경 수술을 시작했으나 여전히 그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내시경수술이 이루어지고 있는 암은 대장암이다.
한솔병원 대장암센터 김선한 소장은 “암의 크기가 8㎝ 이상이거나 주위 장기로 직접 달라붙어 퍼진 경우를 제외하곤 직장암이나 대장암 환자에게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미국, 독일, 일본 등의 몇몇 대형병원은 복강경수술이 대장암 수술의 표준수술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히 진행된 3기 대장암까지 내시경수술을 한다. 대장암 80 사례, 직장암 70 사례의 복강경 수술 실적이 있다.
30 사례의 대장암 내시경수술 기록이 있는 삼성서울병원 전호경 소화기외과 교수는 “ 5월 미국 소화기병학회에서는 복강경수술을 받은 대장암 3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이 개복수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임상결과가 보고됐다”고 말했다.
조기 위암에서도 내시경수술이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몇몇 병원에서 실시되고 있다. 내시경을 통해 전기가 흐르는 올가미를 집어 넣어 위암 조직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대개 종양크기 2㎝ 이하, 점막층에만 암이 있는 경우에 한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위암을 내시경수술만으로 완치시킬 수 있느냐는 아직 확실히 않다. 현재까지는 심장이나 폐가 나빠 전신마취를 할 수 없는 일부환자들에게만 선택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제까지 심장병,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복강경 수술을 피해야 한다고 알려져 왔으나 최근엔 이런 환자일수록 개복수술보다는 복강경수술이 안전하다는 학설이 우세하다.
자궁암의 경우 대부분 산부인과 의사들은 개복수술에 비해 치료효과가 낮다고 보고 내시경수술을 꺼리고 있다.
전립선암이나 신장암 등 기타 암은 아직까지는 치료보다는 진단 목적으로 내시경수술이 활용되고 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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