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급상승(환율하락)하는 가운데일본의 엔화 가치는 급격히 추락, 가뜩이나 어려운 수출환경에 또 다른 복병이 되고 있다.엔화 약세는 수출시장에서 우리와 경합하는 일본 제품의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와 직결되는 최대 악재.
하지만 수출당국을 더욱 긴장시키는 것은 ‘원고(高) 엔저(低)’의 현 추세가 워낙 빠른 데다 쉽사리 반전될 기미도 없다는 점이다.
■ 원고ㆍ엔저 어디까지 가나
1,100원대에서 버티던 100엔당 원화 환율이 불과한 달여 만에 1,025원 선(6.8%)까지 떨어졌다.
일본 경제가 전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엔화 약세를 유지하려는 미국 등 국제적 동조분위기까지 뚜렷해지고 있어 이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금융연구원 정한영(鄭漢永) 경제동향팀장은 “일본 당국은 물론 미국이나 유럽 등이 세계 경제 활로를 찾기 위해 엔저 정책을 당분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원화가치는 치솟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지선인 1,280원선이 무너지면서지난 23일 1,271.80원에 마감했다.
종합주가지수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고, 최근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예상보다 높게 나오는등 우리 경제 여건이 주변 국들보다는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외환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기조가 달러당 1,250원까지는 지속될 개연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 자동차 조선 가전 타격
환율 변수는 수출제품 가격경쟁력과 직결돼 수출시장에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품목 대부분이 일본 제품과 경합하는 만큼, 원ㆍ달러보다 원ㆍ엔 환율의 추이에 더욱예민하다.
최근 우리 수출을 선도해 온 자동차, 조선, 가전 등이 엔저의 직격탄에 노출되는 대표적인 업종이어서 이 추세가 심화할 경우 미국,EU 등 선진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이 뿐 아니라 대일 수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일본의 수입수요 위축과 대일수출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화가 10% 절하하면 수출이 연간 27억달러, 수입은 8억달러가 감소해 연간 19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요인이 된다는게 연구기관의 분석이다.
■ 엔저추세 가속도 우려
현재 환율이 그 자체로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勸純旴) 연구위원은 “그간 지나치게 저평가됐던 원화와 미국 테러사태 직후 단기간 강세를 보였던 엔화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수출 부진의 근본 원인이 가격경쟁력 때문이 아니라 수요침체에 있는 만큼 환율 변수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자원부도 수출업계의 분석을 인용, 원ㆍ엔 적정환율이 100엔당 1,050~1,060원 선이지만 1,000원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만 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원고ㆍ엔저의지속 추세는 우려할 대목이다.
산자부 윤상직(尹相直) 수출과장은 “통상마찰과 수출시장 경색에 엔저마저 겹쳐 당분간 고전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최근 엔화가치 하락이 너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어 업계가 받는 충격은 더욱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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