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ㆍ 진승현ㆍ이용호 3대 게이트의 핵심이 흐려지고 있다.진씨가 지난해 총선 직전 여야 정치권에 선거자금을 제공한 리스트가 있다는 주장이 돌출한 탓이다.
진씨 주변에서 먼저 발설하고 사정 당국자들이 은연 중 뒷받침하는 리스트가 실제로 있는지는 두고 보면 알 것이다.
그러나 당장 중요한 것은 여야 의원 수십명이 올랐다는 리스트파문이 아니다.
국민적 의혹의 핵심은 경제 질서를 농락한 사기극에 권력 기관과 권력 주변 인물들이 어떻게 얽혔는가 하는 것이다. 이걸 흐리거나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3대 게이트를 묶어 이 정부들어 최대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규정했다.
사기극의 해악도 크지만, 국가정보원 차장을 우두머리로 국정원 조직이 뒤를 봐주고 수습에 힘쓴 흔적이 뚜렷한 때문이다.
또 이는 몇몇 권력 실세의 비리 의혹과 차원 다르게 국가 기강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본 것이다.
이걸 과장되다고 여긴다면 그야말로 나라와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
이처럼 중대한 권력형 비리를 다시 국정원과 검찰 조직이 축소ㆍ 은폐했다는 의혹은 사건을 정부 차원의 스캔들로 부각시켰다.
정부의 존립 명분 자체가 의심받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물론이고 언론과 여론이 은폐 의혹의 중심에 선 국정원과 검찰 수뇌의 퇴진과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한 것은 당연하다.
당초 의혹규명을 그르친 수뇌가 자리를 보전한 상태로는 엄정한 재수사와 국민 신뢰 회복은 분명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일련의 의혹에 권력 주변 연루설까지 덧붙여진 마당에 '진승현 리스트' 주장이 나온 것은 의미심장하다.
언뜻 게이트의 확산으로 보이지만 여야 의원 수십 명을 끌어들여 스캔들의 핵심을 흐리고, 진상 규명 요구를 적당히 저지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
사정 당국자들이 수사 대상자들이 흘리는 리스트를 부정하지 않고, 대세 관망 자세를 보이는 속내도 순수하지 않다.
검찰 수뇌 탄핵까지 거론되는 위기국면을 뒤집으려는 술수라는 주장에 마냥 솔깃해 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핵심과 곁가지를 뒤섞어 사태를 호도해서는 안 된다. 국가 기강을 뒤흔든 권력형 비리의 몸통을 밝히라는 국민적 요구는 정부와 검찰이 회피할 수 없는 과제다.
리스트에 올랐다는 여야 의원들의 잘못은 그 과정에서 저절로 밝혀질 것이다. 사안의 중요성과 일 처리 순서를 공연히 혼란스럽게 한다고 해소될 위기가 아니다.
국민의 분별력과 분노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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