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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 족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이기상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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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 족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이기상 회장

입력
2001.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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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이 발족했다.철학, 역사, 어문학, 정신분석학, 심리학, 종교학, 사회학, 민속학 등 여러분야의 학자와 예술가, 종교인 등 20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학제적(學際的) 학회로 특이한 이름만큼 기대를 모은다.

이 모임은 우리 학문의 전통과 현재를 성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학문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임의 회장인 이기상 한국외대 철학과 교수를 만났다.

-우리 말로 학문을 한다는 것은 어떤 뜻입니까.

“지식인의 역할은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전문인으로 이 땅에서 생성된 이론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또한 계몽인으로서 전문적인 이론을 사회에 알기 쉽게 환원해되 먹임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지식인들은 그러한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삶과 앎이 따로 놀고 일상과 학문, 실천과 이론이 분리돼 궁핍한 시대를 자초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우리말로 학문하기’란 우리의 삶의 현장과 역사, 우리가 그려진 예술을 우리의 시각과 문제의식으로 해석하는 ‘주체적인 학문하기’를 의미합니다.”

-우리 말로 학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독일이 근대화 과정에서 제일 먼저 한 것은 라틴어문헌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독일 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일본도 그 같은 작업을 통해 그리스ㆍ라틴 문화나 서양문화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말이란 세상을 보는 눈이며 세계관입니다. 또 사물을 인식하는 의미의 그물망입니다. 우리는 우리 말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론을 수입해 짜깁기하고 반성 없이 수용해 학문의 식민지화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외국 사상과 이론의 우리 말 번역 작업이 기본이라는 말씀인가요.

“일본은 이미 200년전에 그 작업을 완성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최근 우리사상연구소가 서양철학의 개념을 독일이나 프랑스, 일본의 시각이 아니라 우리의 시각으로 새롭게 정리하는 작업을 하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이와 함께 여러 분야의 지식인들이 학문간 벽을 허무는 대화를 통해 우리 것을 찾고 체계화하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자들의 말과 글이 필요 이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말로 학문을하지 않기 때문입니까.

“천재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은 원래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천재도 아닌 사람이 어렵게 말하는 것은 학문이 덜 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학술지도 새로 만들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인문학의 지식을 담은 글 모음집이 될 것입니다. 이 모음집을 통해 우리의 생활체계와 삶의 문법에 바탕한 우리 나름의 학문적 세계화를 모색할 것입니다.

대학 2~3학년이면 이해할 수 있는 글쓰기로 앎과 삶의 돌쩌귀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학문간 벽을 넘는 토론회와 고전강독회, 학술발표회도 개최할 계획입니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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