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자민련과 손잡고 교원정년을 62세에서 63세로 연장하는 교육공무원법개정안을 21일 국회 교육위에서 통과시켰다.한나라당은 이번 일로 자신이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쥔 거대 야당임을 과시 했다. 그러나 힘을 과시한 야당이나 힘에 밀린 여당이나 초라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10ㆍ25 재보선 승리와 김용환 강창희 의원 입당으로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수 의석에서 1석 부족한136석을 확보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한나라당이 그 힘을 어떻게 쓸 것인지 지켜보기 시작했다.
차기대통령 후보로 대세를 굳혀가는 이회창 총재가 정당사상 최대야당으로 부상한 한나라당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도 큰 관심사였다.
이회창 총재는 확실한 자기 색깔과 리더십, '준비된 대통령'의 이미지를 보여줄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한나라당이 교원정년 연장으로 첫 거사를 한 것은 실수다.
'개혁법' 중에서도 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고쳐야 한다. 그러나 나무를 보지말고 숲을 봐야 개혁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개혁법들은 개혁으로 인해 기득권을 내놓아야 하는 집단이 있고, 상당기간 무리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에 반대와 부작용이 심할 수 밖에 없다.
여든 야든 눈앞의 당리당략을 초월하고 시대의 요구를 따르겠다는 자세로 개혁에 임해야 성공할 수 있다.
65세이던 교원정년을 62세로 줄이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불과 3년전인 99년 1월이다.
IMF사태로 사회전반에 걸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상황이었지만, "경제논리로 교권을 침해하려 한다"는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그러나 결국 정년이 단축된 것은 나이 많은 교사를 기피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여론, 57~60세인 일반공무원 정년과의 불균형, 교단의 세대교체 요구 등 명분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교원정년 단축으로 교육계가 심한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4만2천여명의 교사들이 아쉬움 속에 교단을 떠났고, 교사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년연장의 명분으로 교원수급 원활화와 교원사기 진작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 정년 1년을 연장할 경우 교단에 남게 되는 1천9백36명 중에서 실제로 학생을 가르치는 평교사는 3백77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교장이나 교감이라고 한다.
그 정도의 소득으로 법을 되돌리는 혼란을 겪어야 한다니 설득력이 없다.
한나라당은 내년에 치를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교원 단체들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몇 차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70~80%가 교원정년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당장 눈앞에서 교원 단체들의 지지를 얻는것은 좋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다수 국민들에게 수권정당을 꿈꾸는 한나라당의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계산해봐야 한다.
교육위를 통과한 교원정년 연장안은 29일 국회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만일 그 전에 한나라당내에서 정년연장 반대론이 일어 본회의 통과를 막는다면 당장 혼란스럽게 보일지 몰라도 결코 당의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확보한 의석수를 어떻게 쓰느냐에 한나라당의 미래가 달려 있다. 개혁법과 정책 뒤집기, 여론 영합 등에 재미 붙여서는 안 된다.
정치적 목적으로 정부여당을 치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성숙함을 보여줘야 한다.
자신이 가진 의석을 '힘'으로 인식하지 말고 '책임'으로 인식해야 한다.
교원정년 연장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김대중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야당이 앞으로 남북교류협력법 등에서 뒤집기를 계속할 경우 거부권을 남발하기 어렵다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문제는 남북교류 등에 제한되는 문제가 아니고 온 국민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문제란 점에서 한층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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