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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침팬치 박사'의 생태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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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침팬치 박사'의 생태보고서

입력
2001.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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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그늘에서' 제인 구달 지음ㆍ최재천 옮김다음은 무엇의 성장 단계일까.

‘엄지손가락을 빤다. 물체를 응시하고 그것을 향해 손을 뻗는다. 엄마를 붙잡은 채 똑바로 선다. 걸음마를 한다. 젖을 뗀다. 엄마 없이 돌아다닌다….’

정답은 침팬지 또는 인간.

침팬지는 잘 알려진 대로 인간과 매우 흡사한 동물이다. 면역학적 반응, 혈액 단백질의 구조, DNA 구조 등 과학적 분석 결과도 그렇지만, 동물원이나 TV 프로그램을 통해 접한 그들의 행태를 봐서도 그렇다.

‘인간의 그늘에서’는 ‘침팬지 박사’ 제인 구달(67)이 1960년부터 11년 동안 아프리카 탄자니아 곰비 지방에 살면서 야생 침팬지의 생태를 꼼꼼히 기록한 책이다.

그녀가 관찰한 침팬지의 세상은 놀랍기만 하다.

잠자리에서 절대로 배설을 하지 않거나, 비가 오면 피하지 않고 몸을 웅크린 채 비를 맞는 ‘신기한’ 행동 때문만은 아니다.

풀 줄기를 흰개미 소굴에 집어넣어 흰개미를 잡아먹는 그들의 ‘영리함’ 때문만도 아니다.

그들이 경이로운 것은 인간과 너무나 유사한 그들의 ‘사회성’ 때문이다.

자신의 아이를 놀이 집단에서 빼내 집에 데려오기를 하루 동안 15차례나 반복하는 엄마 침팬지, 사춘기 시절 ‘사내다움’을 과시하다가 어른들에게 얻어맞는 수컷 침팬지 등등.

즐겁거나 두려울 때 짓는 표정, 복종을 뜻하는 몸짓 등 침팬지의 보디 랭귀지는 참으로 인간적이다.

바로 이 점 때문일까. 1965년 케임브리지대에서 동물행동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관찰 일지 중간중간에 침팬지의 삶을 염려하는 속내를 내비친다.

“이러한 유사성은 심각한 윤리 문제를 불러온다. 과연 우리가 이토록 우리와 가까운 동물들, 게다가 그들의 서식지인 아프리카의 숲에서조차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동물원에 가둬놓거나 의학실험에 이용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저자는 야생동물 연구와 보호를 위한 연구소를 운영하며 지금도 아들과 함께 탄자니아에 살고 있다.

1996년 제인 구달이 한국에 왔을 때 한 잡지사 주관으로 그녀와 면담했던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1988년 개정판을 우리말로 옮겼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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