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엽(81ㆍ사회과학원 이사장)씨는 우리 시대가 존경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원로이다.일제 침략하의 독립운동가로서, 독재정권하의 강직한 역사가로서, 또한 암울했던 시기의 양심적인 지식인으로서 그는 항상 올곧은 길을 걸어왔다.
그가 최근 펴낸 ‘장정5-다시 대륙 속으로’(나남출판 발행)는 1985년 시작한 자신의 ‘장정’을 마무리하는 완결판이다.
이번 책은 종전의 ‘장정4’가 나온 지 10년 만에 발간되는 것이다.
그는 이 마지막 장정에서 1949~82년 33년 간의 고려대 평교수 시절과 1988년 사회과학원 창설 이후 자신이 걸어 온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노태우 정권시절 총리직 제의를 거절했던 그는 김영삼, 김대중 정권으로부터도 다양한 공직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고사했다.
“생일상을 따로 차리지 않겠다는 것과 벼슬을 안 하겠다”는 일생의 신조 때문이다. 이 같은 일화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이 책은 한 개인의 회고록 이상의 무게와 감동을 느끼게 한다.
이 책에서는 또 저자와 관계가 깊은 독립운동 지도자와 동지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그 동안 회고록으로 채워 온 ‘김준엽’이라는 모자이크의 남겨진 부분을 채우고 있다.
그가 16년 전 힘겨운 ‘장정’을 시작한 것은 이 사회에 무엇인가 알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의 일단을 조명했고(장정1,2), 군사독재시대에 지식인이 어떠한 탄압을 받았나를 밝혔으며(장정3), 정의와 진리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설파했다(장정4).
장정은 인간 김준엽의 회고록이자 바로 현대사이다.
저자는 “나의 보잘 것 없는 기록도 후세에 이 시대를 관찰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책을 썼다”고 말했다.
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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