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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 인권위

입력
2001.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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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업무국가기관, 구금ㆍ보호 시설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했거나 고용, 교육 등에 있어 법인, 단체 또는 개인에 의해 차별행위를 한 사람은 국가인권위에 “조사를 해달라”는 진정을 할 수 있다.

이 때 성별, 종교 뿐 아니라 용모 등 신체조건,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前科), 병력(病歷)에 있어서의 차별행위도 조사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의 재판, 수사기관이 수사중인 사건,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사건의 진정은 위원회에 조사 권한이 없다.

또한 진정 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났다면 역시 기각사유에 해당한다. 다만 형사상 공소시효, 민사상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사건의 경우는 위원회가 조사 할 수 있다.

진정이 접수되면 인권위는 조사에 착수, 문제행위가 드러날 경우 소속기관의 장에게 구제조치 이행, 제도 시정 또는 개선을 권고하게 된다.

또 현행 법에 저촉되는 사건인 경우는 수사기관에 고발 또는 해당 기관장에 징계 권고를 할 수 있다.

인권위의 활동을 보장 받는 법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 인권위의 업무를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정해져 있고, 진정인의 진정을 강압적으로 방해해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또 진정을 접하고 조사를 시작한 위원회의 방문조사를 거부ㆍ방해ㆍ기피한 사람과 거짓 자료를 제출하거나 위원회 출석 요구에 불응한 사람 역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사회적 약자 '의지할 곳' 생긴다

“이제야 이 나라가 제대로 가려나 보다.”

부족한 예산 탓에 헐값인데도 선뜻 국가인권위원회의 CI(이미지통합)작업을 맡은 세계적인 그래픽디자이너 안상수(安尙秀ㆍ홍익대 미대) 교수가 25일 있을 인권위 출범을 가리켜 읊조린 말이다.

안 교수는 정치ㆍ행정에 관여하지 않았던 ‘순수 학자’였기에, 인권위 출범에 거는 일반인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실감한다고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지난 4월30일 인권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 3년에 걸친 인권단체의 단식농성 등 아래로부터의 지난한 노력을 통해 일궈낸 국가인권위가 공식 출범한다.

▼출범 의미

현재 인권위가 설치된 나라는 40여개국.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선진국에도 인권위는 없다. 차별행위만 다루는 캐나다, 뉴질랜드 등에 비해 인권침해에 대한 직권 조사가 가능해 오히려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 인권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상설기구여서 정권과 관계없이 존속되며, 일각에서는 헌법재판소나 선거관리위원회와 동일한 위상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인권위 출범은 그동안 다른 국가기관이 인권침해 시정에 적극적이지 못했고, 군과 검ㆍ경 등의 잘못된 관행이나 법령의 미비로 인권침해를 방조했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주요 활동

인권위는 행정ㆍ입법ㆍ사법부 어디에도 귀속되지 않는 독립된 국가기구다. 11명의 인권위원 및 위원장은 대통령(4명), 여ㆍ야(각 2명), 사법부(3명)의 추천을 통해 임명되며, 인사, 예산, 업무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도록 했다.

교도소 등 414개 구금시설 외에도 890여곳에 이르는 어린이, 장애인, 노인복지 및 외국인 보호시설 등 다수인 보호시설에서 이뤄지는 인권침해 조사 및 구제가 중점 활동이 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인권위의 방문조사권을 인정해줬다.

또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보호받지 못하던 범죄 이외의 모든 차별 행위를 전담한다. 구제절차가 복잡해 차별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던 신체장애자, 성적소수자, 아동, 노약자, 부랑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피난처가 생기는 셈.

법에 호소하기 위해 이곳 저곳을 떠돌아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던 진정인에게 신속ㆍ간편하고 비용부담이 적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인권위의 목표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가 공적이고 조직적인 조정ㆍ화해 권고를 통해 분쟁해결에 나선다면 극단적이고 적대적인 해결책에서 탈피해 가해자의 진실한 사과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권상담센터는 24시간 긴급접수전화를 운영하고, 직접 진정을 하기 힘든 경우에는 인권침해조사국이나 차별행위조사국이 직권조사를 벌여 침해행위 즉각 중지,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 권고, 유사한 침해 재발방지 등의 구제조치를 취하고 수사개시 요구도 할 수 있다.

▼논란 및 한계

인권위 업무는 법무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여성부, 복지부, 국방부 등의 업무와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옥상옥’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부는 “인권위는 보충적 제도일 뿐, 기존 국가기관을 대체하거나 경합하는 기구가 아니다”고 한계를 뒀지만 인권위의 시정권고의 효력을 놓고 기존 기관과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또 일부 인권단체에서는 “수사중이거나 종결된 사건에 대한 인권위의 조사권을 배제하고, 동행명령권, 허위진술 처벌 등을 인정하지 않아 ‘빈껍데기 법’을 만들었다”며 비판하고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인권위 김창국 초대위원장

“국민들이 세금을 더 내도 아깝지 않다는 말을 듣게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25일 출범을 앞둔 김창국(金昌國ㆍ61ㆍ사진) 초대 인권위 위원장은 “인권위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는 곳인 만큼 역사적 의미를 갖는 출범”이라며 “결코 그 의미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의 출범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헌법10조에 따르면 국가는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인권위는 인권 보장이라는 국가의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자 인권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인권위가 타 부서에 대해 ‘시어머니’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인권위는 인권보장을 위해 타 부처와 협력하는 기관일 뿐 군림하려는 조직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도 처음 생길 때는 ‘옥상옥’이라는 비난이 많았지만 지금은 인권보호의 선두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인권위를 조금만 지켜보면 이런 걱정이 기우(杞憂)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시민단체 경력을 인정해 인권위 공무원으로 임용하는 부분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인권위는 국가조직이지만 반관ㆍ반민적 성격을 지닌다. 또 인권은 결국 시민사회의 문제이다. 국가기관이 소홀히 했던 이 부분에서 실질적 역할을 해왔던 시민단체의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무원 사회의 진입벽이 너무 높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한국의 인권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 보호시설의 경우도 선진국에 비해 열악하다. 성, 장애, 직업 등에 대한 차별행위는 여전히 후진국 상황이다.”

-인권위가 맨 처음 할 일은 무엇인가.

“인권위 사업의 핵심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회복’이다.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진정에 따라 인권위 활동을 하겠지만 기획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이를 테면 수용시설 실태점검, 장애인 권익문제, 군대 내 폭력 등이 될 것이다.”

-초대 인권위원장으로서 책임이 막중한 데.

“인권위 출범만으로 우리나라의 인권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인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임기 3년 동안 열심히 일했다는 평을 받도록 노력하겠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사무처 직원없이 기형출범 우려

26일 발족하는 국가인권위원회는 손발이 되어 줄 사무처 직원없이 인권위원 및 위원장만 존재하는 ‘절름발이 출범’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출범일을 불과 사흘 앞둔 22일에도 기구ㆍ직제 등 정원과 인원 선발문제 등을 둘러싸고 유관 부처들과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인권위 규모 문제. 인권위는 당초 439명을 요청했다가 지난 14일 321명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는 “최근 신설된 여성부, 중앙인사위원회의 경우에도 정원이 100명 안팎에 불과하다”며 150명도 많다는 입장. 인권위도 “1,500여개나 되는 구금ㆍ수용시설에 대한 조사를 위한 최소한의 인원”이라며 직제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26일부터 위원들이 직접 진정을 접수하겠다는 강경방침이어서 쉽사리 합의가 도출되기 어려운 형편이다.

시민단체의 인권위 참여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인권위가 최근 시민단체 활동경력 5년 이상이면 5급 공무원으로, 15년 이상이면 3급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특례규정안을 중앙인사위에 제출하자 기존 관료조직이 반발하고 있는 것.

반면 시민단체에선 “인권업무는 관료적 전문성보다는 약자에 대한 공감이 더 필요한 만큼 민간 전문가의 진입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권위 출범의 ‘산파(産婆)’역이었던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남규선(南奎先) 총무는 “인권위는 기존 국가기관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만큼 새로운 차원의 형태를 갖춰야 한다”며 “기존 관료조직이 인권위의 독립성과 법적 취지를 대승적 차원에서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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