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달마야 놀자’에 진짜 스님이 나온다고 그러던데. 이 분이신가” (식당 종업원).김수로 박상면 등 쟁쟁한 ‘이빨’들이 나온 ‘달마야 놀자’에서 단연 홈런을 친 것은 무명의 류승수(30).
묵언수행중인 명천 스님은 ‘3ㆍ6ㆍ9’ 게임을 지켜보다 마침내 “400에 박수를 쳤다”고 적발(?)하는 것으로 말문을 연 후, 걸쭉한 부산 사투리로 연타석 웃음 안타를 날린다.
“사실 대본에서는 묵언수행 중에도 행동으로 살짝 웃기도록 설정됐었어요. 그보다는 처음엔 신비감을 주다가 확 뒤집어 주는것이 나을 것 같았어요. 반전의 웃음이죠.”
‘진짜 스님이 나왔다’는 소문의 진상은 이렇다.
명천스님은 “우리는 왜 밥을 안 주느냐”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 조폭 틈에서 냠냠 밥을 먹으며 한마디 한다.
“(얄밉게) 오늘 밥이 참 잘됐네.” 이어 “그러면 왜 제야의 종을 33번 울리느냐. 100번 치는 경우도 있지요. 그 머냐…”하며 속사포의 수다를 털어낸다.
말 많은 그에게 묵언수행은 정말 ‘고행’이었다.
부산에서 고교까지 다닌 그는 요즘 “와, 니 떴대”하는 고향 친구들의 전화, “결혼하자”는 여고생의 팬레터도 받는다.
관객들도 영화를 보고나면 ‘묵언스님 누구냐”며 그를 찾는다.
그러나 과거사는 나름대로 파란만장. 홀아버지, 고시에 패스한 형들. 가출과 자퇴로 이어진 학창시절.
군 제대 후 서울예전 연극과에 들어갔고, 배우가 되기 위해 무조건 충무로 기획사로 쳐들어갔다.
그러나 전화번호부에 있던 기획사는 주로 출판이나 광고기획사. “여기가 아닌가 벼.” 한 영화사에 1년6개월 출근했으나 사무실이 하루 아침에 이사를 가버려 도루묵.
‘삼인조’ 엑스트라로 시작, ‘미술관 옆 동물원’ ‘신장개업’ 등에 단역으로 출연.
그래서 ‘달마야 놀자’에 캐스팅 되고는 집에서 캠코더를 찍어 연기 공부를 했을 정도로 열망이 컸다.
처음엔 연기가 다소 썰렁해 제작진도 조바심이 났다. 그러나 스타들의 압력을 스스로 이겨낸 류승수의 뱃심과 ‘국제호텔(스태프들이 묵었던 호텔) 보충수업반’이 합쳐 이런 우려를 씻었다.
대학 때 같은 자취방에 살던 선배 김수로와 상좌승을 맡은 정진영은 그를 위해 새벽 2시에 보충수업을 자청했다.
“요즘엔 이렇게 행복해도 되냐는 생각이 들어요.” ‘세이 예스’ 출연 이후 시작한 탱크로리(유조차)운전을 그만 두어서가 아니라 그토록 열망이었던 ‘배우’가 이제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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