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차례의 역대 월드컵에서 개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이 사실은 아직 월드컵 본선서 1승도 거두지 못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3위 한국에겐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월드컵 유치 이후축구협회와 조직위 관계자들에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16강에 진출해야 하는 것이 월드컵 개최국의 사명’이라는 강박관념이 자리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일이다.
그러나 역대 개최국이 모두 16강에 올랐다는 사실을 뒤집어 생각할 때 개최국이 조추첨을 통해 ‘플러스 알파’를 얻게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올 수 있다. 이미 D조 시드를 배정 받은 한국이 조예선서 브라질, 이탈리아 등 시드배정이 확실시 되는 최강국을 피할 수 있다는 명백한 이점 외에도 조추첨을 통해 ‘비교적 손쉬운 상대를 선택받게 될 것’이란 막연한 생각이다.
월드컵 조추첨에 정통한 대한축구협회의 가삼현 국제부장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역대 월드컵 개최국은 항상 본선 조추첨을 통해 비교적 유리한 조편성을 얻어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추첨에서 개최국이 이익을 받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전 세계 TV로 생중계되는 조추첨 행사에서 계획적인 조편성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상식에 어긋난다는 것.
역대 월드컵개최국 중 스위스(54년), 미국(94년), 멕시코(70년, 86년) 정도가 16강 진출이 불투명한 나라로 꼽혔지만 이들의 예선상대 역시 결코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스위스는 54년 이탈리아ㆍ잉글랜드와 혈전을 벌였고, 축구에 관한 한 약체로 지목됐던 미국은 94년 루마니아, 스위스,콜롬비아와 한 조에 편성돼 조3위(1승1무1패)로 간신히 와일드카드를 잡았다.
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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