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옴부즈만 칼럼 / 외래종 배척 다시 생각할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옴부즈만 칼럼 / 외래종 배척 다시 생각할때

입력
2001.11.22 00:00
0 0

황소개구리가 반으로 줄었다. 과다번식에 따른 생태계 평형유지기능과 퇴치운동 등의 인위적 요인 때문이다. 황소개구리 퇴치엔 외래종 박멸, 토종보호라는 국민정서가 한몫 했다. 하지만 외래종은 배척 받아야 하는가에 대해선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토종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고장이나 나라에서 오랫동안 기르거나 자생해 온 동식물의 종자나 품종’이다. 토종은 ‘오랫동안’ 기르거나 자생해온 종자나 품종을 의미할 뿐 태초부터 이 땅에서 자란 것은 아니다.

쌀은 고고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기원전 2,000년경에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리도 고대 중국에서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목화는 고려 말(1363년)에 문익점이 원나라에서 붓대 속에 종자를 숨겨 들여왔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고추는 담배와 함께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전래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토종이라고 해서 반드시좋은 것만도 아니다. 그 예가 대젓가락이다. 옛부터 ‘대나무로 만든 젓가락은 의붓자식에게 주라’는 말이 있다. 설사를 유도하는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 박정희 대통령 당시 들여와 토착화한 이탈리아 포플러는 나무젓가락 소재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고, 이로 만든 젓가락은 고가로 수출도 됐다.또 돼지, 닭, 양봉용(養蜂用) 벌 등 외래종이 토종에 비해 나은 평가를 받은 경우는 수두룩하다.

‘국산품 애용’,‘신토불이(身土不二)’ 등과 같이 우리 것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외국산에 대한 배타적 감정을 증폭시키는 슬로건은 세계이웃과 더불어 살아야만 하는 21세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외제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배척만 한다면 국산도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시장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가 유통업이다. 토종 할인점 이마트는 월마트, 까르푸 등 세계적인 할인점들의 공세에도 국내시장을 지킨 것은 물론 중국에까지 진출해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 수입선다변화가 폐지되면 일제 가전제품이 토종을 몰아내고 한국시장을 석권하리라는 우려도 높았으나, 캠코더 등 일부품목을 제외하곤 국산이 시장을 지켜내고 있다. 소비자들이 좋은 품질의 제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게 된 것도 경쟁이 제공한 선물이다.

외래종이라면 무조건 퇴치해야 한다는 식의 캠페인이 오히려 주변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외제 혹은 외국기업에 대하여 무조건적으로 혐오감을 갖는 것은 경제논리에 입각한 건전한 경쟁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토종기업의 체질도 약화시키게 된다. 이제는 우리의 경제생태계도 외국인투자, 수입품과 같은 황소개구리를 포용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金完淳(외국인투자 옴부즈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