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번째였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17일 폐막됐다.영화제 기간 중 부산 거리는 팬들로 붐벼 일부 작품은 입장권이 발매 직후 매진되기도 했다.
관객은 14만명이 넘었고, 650여명의 해외 영화계 인사들이 부산을 찾았다.
이제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 축제로 확실히 자리 매김을 했다.
각 영화제 대표들이 그 비결을 연구할 정도다. 하지만 앞날은 장담할 수가 없다. 돈이 없어 앞으로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총 예산은 29억원.
이 중 문화관광부가 10억원, 부산시가 5억원을 지원했다. 나머지는 영화제 자체 수익과 기업 지원금 등으로 충당했다.
그런데 문광부와 부산시 지원금은 2년 후에는 끊기지만, 기업들의 지원을 받기란 결코 쉽지가 않을 전망이다.
극심한 불황이 언제 끝날지 몰라 인력까지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원을 요청하는 측도, 받는 측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업의 문화 활동 지원을 메세나라고 부른다.
고대 로마시대 문예보호운동에 적극적이었던 가이우스 마케나스의 프랑스식 발음이다.
1994년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가 출범했고, 메세나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기업들은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경기가 나쁘면 가장 먼저 삭감하는 것이 이와 관련된 예산이다. 메세나를 광고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95년 988건, 926억원이었던 총 지원 액은 99년 1,159건, 1,382억원까지 증가했으나 2000년에는 1,050건, 625억원으로 전년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는 얼마 전 열린 올해 메세나 대상시상식에서 '1사(社) 1문화 운동'을 제창했다.
협의회 손길승 회장은 기업이 문화예술을 기업경영을 위한 경영기법으로 인식, 문화를 양성하지 않으면 기업과 국가 모두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선교사와 대포를 앞세워 상품을 팔았던 제국주의 시대에서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은 제품은 설 땅을 잃게 되는 시대로 변한 것이 어느 옛날인데, 우리는 아직도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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