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업계 한 관계자의 말. “나는 개인적으로 god의 팬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4집은 정말 잘 되어야 한다. 몇 백 만 장에 이르던 HOT, 조성모의 수요층을 그들이 흡수해야 한국 음반산업에 희망이 보인다.”god의 위상이 이 정도다. 어린애들부터 중년까지 god를 모르는 이 없고, 중견가수들이 god를 피해 음반발매 시기를 조정하고, 관계자들이 음반시장 중흥의 책무를 떠맡길 만큼 이들은 가히 ‘국민가수’다.
‘멤버 퇴출 파문’의 아픔을 겪은뒤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이들이 돌아왔다.
‘godwhy’(http://godwhy.wo.to), ‘20대도 god가 좋다’(http://cafe.daum.net/ilikegod) ‘사미인곡클럽’(http://godthink.co.kr) 등 20대 이상이 주축인 팬사이트에서 god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모아 대답을 들었다.
god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데 큰 몫을 한 이들 성인팬들은 때로 매니지먼트사에 버금가는 전문성으로 무장해 god의 정체성과 활동방향에 날카로운 지적과 조언을 한다.
-현재 가요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가수가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가?
“사실 잘 모르겠다. 아직도 방송에 가면 다른 가수들 보고 ‘와, 연예인이다’하고 반갑게 인사한다. 물론 정상의 자리에 섰다는 걸 억지로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만큼 책임감도 더 크고, 부담스럽다.”
-아이돌(우상)스타와 뮤지션 중 어느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가. 당신들 음악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정확히 그 중간에 있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좋아하는 그룹이라는 것은 벗어날 수 없는 우리의 정체성이다. 그래서 ‘국민가수’라는 수식어가 퍽 맘에 든다.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한다는 것이니까. 우리 음악은 복고든, 최신 스타일이든 본바닥 미국의 음악을 우리 정서에 맞도록 재창조하는 것이다. 특별한 장르를 고집하지는 않는다.”
-4집에서‘길’을 타이틀로 뽑은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앨범보다 멤버들이 골고루 참여한 것 같은데. 녹음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는가?
“멤버들이 모두 2,3월경부터 이 곡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딘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하는 가사가 공감을 주지 않는가. 이번에는 래퍼였던 준형과 데니가 노래를 했다.” (박준형과 안데니가 “우리한테 노래 가르치는 게 제일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하자 다른 멤버들이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감싼다.)
-‘퇴출’ 해프닝이 가장 힘든 과정 아니었는가.
“(박준형이 단호하게말을 자르며) 아니, 그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디까지나 지난 일일 뿐이다.”
-앨범을 낼 때마다 음악적으로 진보한다는 생각이 드는가?
“3집보다 잘한 것 같지만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 100번쯤 앨범을 내더라도 늘 마찬가지가 아닐까. 발전이라면 일단 프로듀서와 교류하는 감이 빨라졌다. 초기에는 각자 취향을 드러내고 그것을 맞추기에 바빴는데 이제는 말 안 해도 느낌이 통한다. 또 진영이형(박진영)한테 노래와 랩이 많이 늘었다는 칭찬도 받았다.”
-프로듀서인 박진영의 음악적 취향이 너무 강하게 배어나는 것 아닌가? 당신들이 주체적으로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는 프로듀서가 일방적으로 던져준 곡을 부르는 가수가 아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발라드는 몇 곡, 댄스는 몇 곡 하는 앨범 구성부터 의논한다. 항상 같이 얘기를 해서 멜로디도 조율하고 비트도 바꾼다. 데니는 이번에 작곡도 했다. (데니) 2~3개월간 미디 같은 악기를 써서 배웠다. 뿌듯하다. 책임감도 느껴지고…(박준형) 미디나 샘플러는 어느 정도 다룰 줄 안다. 하지만 지금은 잘 할 수 있는 것을 잘하고 싶다. 이쯤 되면 작곡, 이쯤 되면 프로듀싱을 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기대를 굳이 맞추고 싶지는 않다.”
-‘TV만 틀면 god’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3집 때는 방송활동을 많이 했다. 이번에는 어떻게 할것인가? 또 노래는 얼마나 라이브로 부를 것인가?
“그래도…수요가 있어 공급이 있는 것 아닐까. 걱정하거나 식상해하는 분들 못지 않게 우리의 방송활동을 원하는 사람도 많았다. 앞으로도 지나치지 않은 범위에서 계속 활동을 하겠다. 립싱크 문제는 방송 환경이 따라주지 않을 때도 있고,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을 경우도 있다. 하지만 되도록 라이브를 하도록 노력하겠다.”
■god 4집
가장 화제가 되는 곡은 단연 타이틀곡 ‘길’. 최근의 뜨거운 논란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미국 힙합그룹 본 턱스 앤 하모니(Bone Thugs-N-Harmony)의‘Crossroads’, 어셔(Usher)의 ‘U Got It Bad’ 등을 들며 “표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흡사하다”고 주장한다.
프로듀서 박진영은 9월 6일 MTV 뮤직비디오어워드 뉴욕 스페셜에 초청받은 자리에서 “크랙 데이빗(Crag David)이 요즘 가장 좋아하고 관심있는 아티스트”라고 말했다.
god멤버들은 특정 아티스트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강력히 부인했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미국 최신의 리듬과 비트에 대중이 좋아하는 한국적인 멜로디 감각을 절충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표절’운운하는 데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이다.
소속사 싸이더스는 “스타일이 비슷하다고는 느낄 수 있다. 개별적인 느낌에 대해서까지 일일이 맞서고 싶지는 않다. 표절이라고 주장하려면 어떤 마디를 어떻게 베꼈는지 정확히 지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한다.
음악을 전공한 god의 한 팬은 문제의 곡들과 ‘길’을 소절별로 비교 분석하면서 “멜로디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음형은 비슷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리듬패턴이나 분할 형태가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요소는 바로 god가 ‘길’에서 처음 선보이는 ‘멜로디랩’. 정확히는 투스텝(2-Step)이다. 대개 리듬으로만 이루어져 있던 랩에 음률을 도입하여 노래처럼 들리는 랩 스타일이다. 크랙 데이빗이 대표 아티스트로, 어셔나 본 턱스 앤 하모니의 곡도 이 계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특정 스타일을 표방한 음악이라 비슷하게 들릴 수는 있지만, 표절을 논할 만큼의 형태적 유사성은 명확히 제기되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4집은 대중적 호소력으로 무장하고 귀를 유혹한다.
버터냄새를 우리식으로 순화한 듯, 본바닥의 최신 스타일에 한국적 감수성을 입혔기때문이다. ‘길’이 끝나고 이어지는 맑고 부드러운 ‘일기예보’ 스타일의 ‘다시’는 달콤하고 귀에 착착 달라붙는다.
다이나믹하고 강력한 비브라토 랩(vivrato rap) 이 이색적인 ‘바보’는 god 멤버들이 “우리는 참 좋아하지만 사람들은 낯설어 한다”고 말하는 곡이다.
‘모르죠’ 같은 발라드는 ‘왜’에 이어 여성팬들에게 사랑받을 만한 곡. 단선율의 애잔한 피아노 연주가 인상적이다.
박진영의 6집 타이틀곡 ‘난 여자가 있는데’를 탤런트 김정은의 나레이션과 함께 익살스럽게 리메이크한 ‘난 남자가 있어’, 신인답지 않은 신인 임정희의 소울풀한 가창력이 돋보이는 펑키스타일 ‘가자’ 등 곳곳에서는 세련되고 폭넓은 감수성을 자랑한다.
/양은경기자 ke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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