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홍윤오기자 제4信… 테러근절의 길미국이 9ㆍ11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한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은신하고 있고 극단적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인 탈레반이 통치해온 아프가니스탄.
그 곳에서 가공할 테러 양성소를 찾기에는 취재일정이 허락하지 않았다. 알 카에다조직의 흔적을 찾기도 힘들었다. 오히려 강하게 다가온 것은 척박한땅에서 대대로 물려받은 가난과 굶주림, 문맹이었다.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테러와의 연결고리라면 기독교 서구문명에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과 증오,적개심이었다.
그건 눈에 보이지 않는 데다 총이나 폭탄으로는 결코 응징할 수 없는 것들이다. 수도 카불을 포함, 4박 5일 동안 아프간 현장을취재하면서 줄곧 머리 속을 맴돌던 생각은 이런 것들이었다.
전쟁 초기 외신으로만 접했던 잘랄라바드의 알 카에다 캠프는 온갖 대량 살상무기가구비된 잘 조직화된 테러 양성소였다.
하지만 실제 눈으로 확인한 이곳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사방 100m의 아랍식 사각형 건물이 전부였다. 무기훈련소라는 곳은 약 50평쯤 되는 공간에 구형 박격포와 기관포, 로켓 수류탄 등이 널려 있는 게 고작이었다.
탈레반 군부대라는 곳들도 으레 군부대라면 갖추고 있을 법한 구형 탱크와 장갑차들이나 대공포, 트럭들뿐이었다.
이 곳에 최첨단 테러용 무기들이 있었고 고도로 훈련된 테러리스트들이 밤낮 대량 살상무기를 조작하며 미국을 어떻게 공격할 것인지 궁리하고있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급히 떠난 그들의 조직 사무실과 간부들의 집에서는 고달프고 모진 삶의 자취들이 배어 있었다.
아프간은 우리나라와 같이 다른 문명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눈에는 도저히 이해가되지 않는 나라이다. 황무지 사막과 돌산에 그나마 20년이 넘는 전쟁으로 모든 국토가 짓이겨졌다.
빈곤과 무질서, 매연과 질병 속에 희망이라곤찾아볼 수가 없다. 사람들에게 직업을 물어보면 “무직이 직업”이라고 말한다. 아니면그냥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이다.
그러면 이들이 살아가는 힘은 무엇일까. 이들의 삶의 철학을 이해하면 해답은 풀린다.현재의 삶은 진짜 삶이 아니고 내세를 위한 일종의 준비 또는 시험 기간이라는 게 이들의 인생관이자 확고한 내세관이다.
진짜 삶은 알라가 다음 세계에서인도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죽음도 두렵지 않고, 현재의 고단한 삶도 고통일 수 없다.
현세에서 굳이 부귀 영화를 누릴 필요도 없고, 가질 것도가진 것도 없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지금 이런 사람들과 전쟁을 하고 있다. 개당 100만 달러짜리크루즈 미사일을 퍼부어댔다. 파편 한 조각만 해도 이곳 돈으로 250만 아프가니(약 1만원)이다.
그 돈이면 이곳에 댐과 도로를 놓고, 황무지를옥토로 바꾸고,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사람들을 새로운 문명세계로 이끌 수 있다. 아프간을 직접 와서 보면 해답은 분명해진다.
근본주의는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고, 빈 라덴이나 알 카에다, 탈레반이 괴멸되더라도제2, 제3의 그것들은 계속될 것이다.
이런 극단주의 세력들의 발호를 막고 테러와의 전쟁에서 영원히 승리하는 길은 이슬람권의 빈곤층에 대한 서방기독교 세계의 양보와 관용뿐이다.
‘항구적 자유’ 혹은 ‘자유수호’라는 이 전쟁이 왜 그리 지루하고 힘들 것인지에 대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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