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소설가 장-마리 구스타프 르 클레지오(61)가 최근 한국 독자들에게 시 한 편을 보내왔다.르 클레지오는 당시 서울과 전남 일대를 돌아보면서 한국의 미(美)에 흠뻑 취했다고 했다.
그가 아내 제미아와 함께 전남 화순 운주사에 들렀던 날은 가을비가 내렸다.
그는 프랑스 니스로 돌아간 뒤 ‘운주사, 가을비’라는 시를 썼다. 시인으로 문학생활을 시작했던 그가 20년 만에 다시 쓴 작품이다.
르 클레지오의 시는 운주사에서들은 와불(臥佛)의 전설로 시작된다.
‘흩날리는 부드러운 가을비 속에/ 꿈꾸는 눈 하늘을 관조하는 와불/ 구전에 따르면, 애초에 세 분이었으나 한 분 시위불이/ 홀연 절벽 쪽으로 일어나 가셨다’
그는 와불 앞에서 서울 거리를 떠올린다. 돌부처는 평온하지만 서울은 분주하다.
‘서울 거리에/ 젊은이들, 아가씨들/ 시간을 다투고 초를 다툰다/ 무언가를 사고, 팔고/ 만들고, 창조하고, 찾는다.’ 그리고 온 감각으로 한국을 느낀다.
‘맛보고 방관하고 오감을 빠져들게 한다/ 번데기 익는 냄새/ 김치/ 우동 미역국’
외국인에게 한국은 여전히 불안한 분단국가다.
‘세상 끝의/ 바다 끝의/ 분단국/ 겁에 질려/ 분별을 잃은 듯한 나라’ 그러나 시인의 눈은 그 속에서 희망을 본다.
‘기다리고 웃고 희망을 가지고/ 사랑하고 사랑하다/ 서울의 고궁에/ 신들처럼 포동포동한/ 아이들의 눈매는 붓끝으로 찍은 듯하다’
시 전문은 그를 초청했던 대산문화재단 홈페이지(www.daesan.org)에서 볼 수 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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