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극의 메카 대학로에 붙은 연극 포스터를 유심히 본 적이 있는지….나름대로 낭만과 정보와 열정은 있지만 아무래도 눈길을 사로잡는 데는 실패한 듯하다.
첨단 복합상영관에 걸린 영화 포스터와 비교할 경우 더욱 참담해지는 것이 연극 포스터의 현실이다.
디자인회사 ㈜P-ART 연정태(40) 대표이사는 한국연극협회가 발행하는 월간지 ‘한국연극’ 10ㆍ11월호에 영화와 연극 포스터를 적나라하게 비교한글을 실었다.
‘포스터 이야기’라는 기고문을 통해 그가 내린 결론은 “사람들이 사랑할 만한, 자신만만하고도 멋진 연극 포스터를 만들라”는 것이다.
연씨는 우선 ‘현란하고 선정적이며 천문학적 표현을 서슴지 않는’ 한국영화 포스터를 몇 가지 꼽았다.
‘1999년 쉬리는 역사가 된다’(쉬리), ‘미스터리휴먼 블록버스터-2000년 최고의 프로젝트’(공동경비구역 JSA), ‘한국 액션의 새로운 역습’(인정사정 볼 것 없다), ‘판타지 로망 대서사시’(단적비연수), ‘2000년 11월 숨소리마저 태워버린다’(리베라메) 등등.
그는 “영화포스터는 사람들이 매표구에 돈을 집어 넣게끔, 더욱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찾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며“반면 대학로의 포스터는 점잖고, 무언가에 억눌려 있거나 의도를 감춘 채 수줍어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극도 적잖은 제작비가 투입되는 흥행물인데 공연을 홍보하고 팔아보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그나마 수준작으로 꼽은 연극 포스터 헤드라인을 보자. ‘사랑을 위한 유쾌한 거짓말’(세빌리아의 이발사), ‘불륜에 관한 슬픈 코메디’(코메디옹), ‘앵콜무대!!!’(가시고기), ‘뜨거운 가슴, 차가운 머리’(바리공주), ‘내 맘 속엔 강이 있다 이제 그 강을 건넌다’(공무도하가).
“신파극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정도에 필적할 만한 홍보문구조차 찾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연극에 대한 애정’을 전제로 비판의 강도를 더 높였다.
“아직도 예술연하면서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프로 극단이 제작한 것으로는 믿어지지 않는 포스터가 너무 많다. 영화가 100점일 때 연극은 30점에 불과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1주일 동안 대학로에는 40여 편의 연극 포스터가 걸리는데 70%는 전문디자이너의 도움 없이 연출자나 기획자가 직접 헤드라인을 만드는 형편이다. 물론 비용 때문이다. 30만~40만 원으로 팸플릿을 포함해 2,000~4,000장의 포스터를 찍어내야 하는 현실이 포스터의 전문화ㆍ세련화를 가로막는 것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