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눈에 비치는 인생은 끝없이 긴 미래이고 노년의 눈에 비친 인생은 지극히 짧은 과거라는 말이 있다. 축구대표팀의 송종국(22ㆍ부산 아이콘스)과 20세 동갑내기 최태욱(안양 LG) 이천수(고려대). 이들 트리오에게 2001년 가을은 아주 특별하다. 축구를 시작한 이래 지금처럼 자신감이 넘친 적이 없다.거스 히딩크 감독이 선호하는 전천후 선수로 평가받는 이들은 이달들어 잇따라 열린‘A매치시험’을 우수하게 통과했다. 쟁쟁한 선배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주전자리를 예약한 것은 물론이다. “학창시절 골키퍼 빼고 다 해봤다”는 송종국은 홍명보(32ㆍ가시와)가 10년간 꿰차온 대표팀 중앙수비수 자리를 넘보고 있다.
한국축구의 ‘스피드업’을 가져온 최태욱(오른쪽 미드필더)은 서울월드컵경기장첫 골의 주인공으로 자신의 이름을 축구사에 새겨넣은 주인공이다. 그가 빠지면 한국공격의 생동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성장한 이천수 역시공수 양면에 걸쳐 탁월한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은 히딩크 감독과의 개인면담 내용을 소개하면서 “내년 월드컵에서 중책을 맡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자신했다.
송종국은 성경을 머리맡에 두고 자고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있다. 최태욱도 기독교서적을 즐겨 읽으며 이메일 주소에까지 신앙인임을 드러낸다. 둘의 성격은 내성적이다. 반면 이천수는 “우리나라 선수 중에서는 본 받을 만한 선배가 없다”는 조금은 당돌함까지 보일 정도로 늘 자신감이 넘친다.
송종국은 대표팀 관계자의 표현대로 “히딩크감독의 문하생”이다. 7기 히딩크 사단까지 개근상을 받았다. 히딩크 감독은 송종국을 ‘쿠키(‘국’자를 따서 지은 애칭)’ 또는 ‘송이보이’로 부르며 친근감을 드러낸다. “부상도없고 성실히 훈련한 것”이 감독의 귀여움을 독차지한 비결이라는 게 송종국의 자기 평가다.
송종국과 달리 이천수 최태욱은 히딩크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뒤 한동안 인정을 받지 못했다. 둘은 7개월의 기다림 끝에 8월 유럽전지훈련 멤버로 처음 발탁됐다. 청소년대표와 올림픽대표를 거치며 차세대 선두주자로 꼽힌 이천수와 최태욱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시련이었다.
이천수는 “내 자신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고 나보다 못한 선수도 대표팀에 선발됐는데…. 정말 내 능력을 인정해주는 중국의 밀루티노비치감독을 따라 중국으로 귀화할 생각까지 했어요”라며 아픈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나 최태욱은 뜻밖에 어른스러운 답을 한다. “큰 걱정은 없었어요. 아직 어리니까 조급해 하지 않고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급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송종국은 “히딩크감독 아래에서 운동하는 게 즐겁다. 늘 실수할까 긴장하며 운동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이 나를 성장시킨 밑거름인것 같아요”라고 대답한다. 최태욱은 “질책보다 칭찬, 강압적인 방식 대신 어린 선수들에게도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스타일이 나한테 잘 맞았습니다.”고말한다. “히딩크 감독의 편안한 웃음을 보면 묘하게 힘이 솟더라고요”라는 이천수의 대답도 이어졌다. 신세대 훈련법은 과연 이래야 하나 보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의 실수를 개인, 전술, 정신적실수로 나누는데 개인, 전술상 실수는 덮어주지만 정신적 실수는 용납하지 않는다.
부평고등학교 동기동창 최태욱과 이천수는 늘 관심을 한 묶음으로 받아왔다. 이천수는“초등학교 때부터 태욱이는 유명했어요. 11명중 태욱이만 눈에 띌 정도였으니까요”라며 친구에게 최상의 찬사를 보낸다. 최태욱은 “천수하고는 텔레파시가 통한다. 눈만 봐도 서로의 다음 행동을 읽을 수 있다”고 화답한다. 최태욱은 “천수의 승부욕”을, 이천수는 “태욱이의 차분함”을 배우고 싶어한다.
배움에 대한 갈증이 끊이질 않는 송종국은 용인대 교육대학원 진학준비를 하고 있다(송종국은 인터뷰를 마친 뒤 부랴부랴 입학시험을 보러 떠났다). “모교인 고려대 감독이 꿈”이라는 이천수와 역시 “지도자의 길을 걷겠다”는 최태욱. 트리오는 “우선월드컵 16강이 당면목표”라는 데 의기투합했다. 그래서 내년 월드컵을 손꼽아기다린다. 그들의 무한한 재능과 잠재력을 마음껏 쏟아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 3인 프로필
◇ 송종국
생년월일 1979.2.20
체격 175㎝ 71㎏
출신학교 서울 명원초_배제중_배제고_연세대
운동시작 중학교 1학년 때
2남1녀 중 막내
경력 청소년대표_올림픽대표
이메일 9766034@hanmail.net(대학학번)
별명 쿠키, 송이보이(히딩크 감독이 붙여준 애칭)
◇ 이천수
생년월일 81.7.9
체격 173㎝ 64㎏
출신학교 인천 부평초_부평동중_부평고_고려대 2학년
운동시작 초등학교 4학년 때
2남 중 막내
경력 청소년대표_올림픽대표
이메일 2000su@hanmail.net
별명 보스(리더십이 있기 때문)
◇ 최태욱
생년월일 81.3.13
체격 173㎝ 65㎏
출신학교 인천 만수북초_만수중_부평고
운동시작 초등학교 4학년 때
1남2녀 중 막내
경력 청소년대표_올림픽대표
이메일 jesuschrist11@hanmail.net
별명 쌕쌕이(빠르다고 해서)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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