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 연예인 파행, 업계 자율규제 필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 연예인 파행, 업계 자율규제 필요

입력
2001.11.21 00:00
0 0

지난 13일 탤런트 황수정씨가 히로뽕 투여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가수 싸이도 대마초로 구속되자 벌집 쑤신듯 난리가 났다. 괜한 호들갑은 아닌가 싶다.최근 2년간 무면허 음주운전, 섹스비디오, 가짜 납치소동, 매니저와의 사생활, 지방흡입시술 소동에 단골 메뉴인 마약류 사건까지 연예계 파동은 봇물이 터진 꼴이다.

게다가 이번엔 황수정씨와 함께 검거된 강씨에게 리스트가 있다, 검찰리스트는 별개란다, 검·경의 오랜 기획수사가 드디어 막을 올렸다는 등 소문도 무성하다.

어쨌든 법의 심판은 내려질테고 실정법 차원의 진상도 가려질테니 믿거나 말거나, 정작 내 관심은 다른 데 있다.

우리 사회가 연예인의 사회적 파행에 어떻게 대처하고 마무리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엇비슷한 일이 터질 때마다 우리 시청자와 시민은 항상 제 분을 못 이겨 화를 내다가도 무기력하게 꼬리를 내려왔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맥락이 같은 사건을 접하면서도 연예계의 성찰은 커녕 일말의 자성조차 볼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연예인 사건을 다루는 언론보도 태도부터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고쳐야 한다. 처음에는 화들짝 놀란 눈으로 부풀리기에 바쁘다가 조금 지나면 동정으로 바뀌어 있다. 자기들 멋대로 병 주고 약 준다. 시나리오도 맨날 똑같다.

연예인은 불규칙한 생활 리듬과 인기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유혹에 노출되기 쉽고 이것이 이탈로 이어진다는 이야기. 팬과 카메라의 입력 수준이 늘 이정도라서 엽기 가수라는 싸이의 인터뷰 출력도 그 유치한 수준을 맴돌고 있다.

나는 차라리 가수 백지영씨가 그랬듯이 있는 그대로를 다 말하거나 보여주는 연예인을 존경하게 된다.

인간으로서 갖게 되는 당연한 욕망과 허영에대해 떳떳이 말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작금으 연예산업구조 안에서 한 개인이 치러야 했던 과정을 담담하게 밝히는 것, 그리고 용서를 구하든, 재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 점에서 나는 네티즌 여론과 달리 싸이의 반응은 일단 기대이하였고 황수정씨에겐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동정론 시나리오와 마찬가지로 징벌론도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다.

연예인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공인으로서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적 수준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에 더 강도 높게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

내가 보기엔 이 공인이라는 전제부터가 반신불수의 중환자 상태라서 처방은 더더욱 공염불 같다.

그보다 연예인도 일반 시민의 실정법 위반 사례와 똑같이 처벌받으면 되고 감수해야 할 생활상의 불이익도 일반 시민의 그것과 같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황수정씨의 경우 그녀가 출연한 CF 업계에선 이미지 실추에 따른 손해배상을 검토한다는 말부터 흘러나온다.

반면 시청자와 시민이 취할 수 있는 손해배상은 무엇인가?

기껏 인터넷을 통해 욕설과 비난을 퍼붓는 행동외에는 없다. CF에 출연할 수 있었던 인기가 시청자에게서 나왔고, 또 그녀도 바로 그들의 소비자인데 손쓸 길이 없다니 얼마나 허무한가.

그러니 한바탕 퍼붓고 잊는 수 밖에 없다. 방송사가 내규를 정해서 연예인의 실정법 위반 경중에 따라 방송 복귀 금지 기간을 정하는 것이다.

윤리적 비난과 배신감 운운하기 이전에 연예인업계의 인력시장에도 취업과 해고와 복직의 룰이 있으면 된다.

이런 장치가 확실하게 있다면 연예인도, 업계도, 언론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다.

그 다음에야 사건 당사자인 연예인이 인권을 보호 받으며 할 말 하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숙제다.

이 순서가 뒤바뀌어 있는 한 시청자와 시민은 언제까지나 '힘없고 억울한 피해자'에 불과할 뿐이다.

김종휘 문화평론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