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북부 최후거점 쿤두즈가 학살과 즉결 처형이 난무하는 무법 천지로 변하고 있다.일부 탈레반 세력은 북부 동맹에 투항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오사마 빈 라덴추종파인 외국 용병과 강경 탈레반 전사들은 항복하느니 ‘순교자가 되겠다’며 결사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은 북부 동맹에 투항하려는 전사들은물론 탈출을 기도하는 민간인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그러나 19일 투항 협상의최대 조건인 용병들의 안전보장 문제와 관련, “탈레반 최고 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는 물론 알 카에다 핵심 조직원인 이들은 전원 사살 또는 전범처리해야 한다”며 탈레반과의 타협 움직임에 쐐기를 박았다.
북부 동맹이 외곽을 포위한 가운데미국의 융단 폭격이 최전선에서 점차 시내의 탈레반 진지로 표적을 옮겨가고 있는 쿤두즈의 혼란상은 탈출 난민들에 의해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다.
용병들은대형 스피커를 통해 “시민이 빠져나가면 미국이 시내 전역을 초토화시킬 것”이라며 “도망가는 사람은 무조건 사살한다” 고 위협하고 있다. 군의 기율이무너진 탈레반의 즉결 처형도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탈레반을 비웃었다는 이유로 10대 청소년 8명을 집단 처형하는가 하면 치료를 빨리 하지 않았다며의사를 사살했다.
밤 8시면 통행금지를 내리고 이를 어기면 가차없이 총격을 퍼붓고 있으며, 공포에 질린 상인 등은 아예 하루종일 문을 닫은 채집안에 박혀 있다.
한 난민은 “북부 동맹에 동조한다는 이유로 주민 10여명을 지뢰밭에 내몬 뒤 다리를 타깃 삼아 AK 소총을 쏘아대는 장면도목격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오폭에 따른 민간인 희생도크게 늘고 있다. 쿤두즈 동쪽 10㎞ 지점인 하나바드의 주택가에 폭탄이 떨어져 150명이 숨졌으며, 탈레반의 물라 파질 사령관은 “지난 1주일동안 공습으로 민간인만 최소 1,0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투항 협상이 부진함에 따라 북부동맹의 총공세도 가시화하고 있다. 그 동안 탈레반과의 협상을 위해 공격을 자제해 온 북부 동맹은 20일 “무혈 투항하라는 최후 통첩에 3일내 응답해야한다”며 “거부하면 유혈 사태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쿤드즈 서쪽 30㎞ 지점에 포진해 있는 라시드 도스탐 장군도 “미국의 공습에 때맞춰 포격등을 강화하고 있다”며 “온건 탈레반의 투항은 환영하지만, 침략 학살자인 용병들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