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방의 벽장에 숨어있는 끔찍하면서도 깜찍한 괴물들.그들이 비틀기와 꼬집기로 능청을 떨었던 엽기적인 초록 괴물 ‘슈렉’의 가슴을 뜨끔하게 만들 수 있을까.
올 여름 드림웍스 ‘슈렉’과의 승부서 맥없이 무너진 월트디즈니가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의 상처를 치유할 대안으로 3D 애니메이션 ‘몬스터주식회사’(Monsters,Inc.)를 내놓았다.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등 3D 애니메이션으로 명성을 굳힌 픽사(Pixar)와의 공조이기에 더욱 믿음직스럽다.
2일 미국서 개봉해 첫 주말 6,35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최고를 기록하며 지금까지 1억3,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인간 아이들이 지르는 비명을 에너지원으로 삼은 괴물들의 도시 몬스트로폴리스.
이 도시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몬스터사의 설리는 가장 탁월한 실적을 올리는 직원이다. 벽장문을 통해 방에 들어가 잠자는 아이들을 겁주고 비명을 짜내는데 MVP감이다.
작업이 끝난 후 창고로 돌아가지 않고 남은 벽장 문을 통해 꼬마 여자아이 부가 몬스트로폴리스로들어온다.
설리는 단짝 마이크와 함께 자신을 ‘야옹’이라고 부르는 겁 없는 부를 인간세계로 돌려보내려고 하고, 랜달은 유괴라도 해서 설리를 제압해 실적을 올리려 한다.
3D애니메이션이 나올 때마다 으레 그렇듯 ‘몬스터주식회사’도 컴퓨터그래픽기술의 진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3D 애니메이션의 차가움이 상당히 누그러진 점이 반갑다. 하늘색 바탕에 보라색 점이 박힌 털이 북실북실한 설리의 이미지나 파스텔톤으로 처리한 화면에서는 셀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인간적 따스함이 묻어난다.
주책 맞은외눈박이 연두빛 괴물 마이크는 캐릭터로서 설리 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히말라야 눈보라 속에서 설리가 구르는 장면. 바람의 강약과 방향, 조명의 변화에 따라 설리의 털이 미세하게 일어났다 쓰러진다.
눈도 흩어졌다 뭉치고, 조명도 흔들리는 것을 보면 그사실적인 묘사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배우 무용론을 불러일으킨 ‘파이널 환타지’보다 더욱 사실적이다.
픽사는 시뮬레이션, 모델링 등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표현의 제약을 넘어섰다.
잔재미도 쏠쏠하다. 설리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벽장문을 넘나들 때마다 감추어진 세계를 발견하는 스릴이 있고, 일본식 레스토랑을 등장시켜 동양에 대한 신비주의를 만족시켜 준다.
존 굿맨이 설리를, 빌리 크리스탈은 유머러스한 마이크를, 스티브 부세미는 음모가인 렌달의 목소리를 연기해 캐릭터의 이미지도 잘 살려냈다.
‘몬스터주식회사’는 꼬마들을 겁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서서히 부모의 감정을 느껴가는 설리의 변화로 보편적인 모성애적 감성에 소구하고, 결국에는 웃음의 힘이 강하다는 뻔하고단 선적인 메시지와 스토리가 약점이지만, 2002년 아카데미에서 신설되는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을 노리던 ‘슈렉’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은 분명하다.
/샌프란시스코= 문향란기자 iami@hk.co.kr
■제작자 레스터·감독 닥터
‘몬스터주식회사’는 ‘토이 스토리’‘벅스 라이프’ ‘토이 스토리2’의 감독인 3D 애니메이션의 귀재 존 레스터를 제작으로 후선에 물러 앉히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 자리를 물려받으며 장편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데뷔한 피트 닥터는 ‘토이 스토리’의 수석 애니메이터.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존 레스터와피트 닥터는 “관객을 즐겁게 하고 감동시키는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했다”고 입을 모았다.
어린이 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였음을 강조했다.
레스터와 닥터는 각각 제작자와 감독으로서 ‘몬스터주식회사’의 성공에 대한 흥분과 확신을 감추지 않았다.
“10대도 우리 애니메이션을 보면서‘좋다(cool)’고 평가한다. 미국 개봉 첫 주 ‘몬스터주식회사’도 관객의 40%가 어린이가 아닌 10대 이상의 성인이었다”고 말하는 레스터.
3월 픽사와 10년 계약을 맺은 제작총괄 부사장답다. 재기 발랄한 아티스트적 면모는 약해졌지만 사업가적 분위기가 강해졌다.
‘벽장 안 괴물’이라는 모티브를 내놓았던 닥터는 “‘토이 스토리’에서처럼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에 대한 생각을 누구라도 갖고 있듯이, 벽장 속에서 괴물이 나온다는 어린시절의 믿음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몬스터주식회사’한 작품에 5년이란 오랜 공을 들일 수 있는 힘을 무엇일까.
“우린 미쳤으니까”라며 웃어넘기듯 말하는 그들에게서 3D애니메이션에 푹 빠져든 열정이 엿보인다.
레스터의 작품 철학은 간단명료하면서도 쉽지 않다. “관객들이 원하는 정직한 웃음, 유머, 흥분을 전하고 싶다.”
그들은 벌써 2003년 여름께 선보일, 깊은바다 속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물고기 부자의 이야기 ‘네모를 찾아서’(Finding Nemo)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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