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쌀 재고량과 풍년이 겹치면서 30만톤이 넘는 벼가 창고부족으로 야적된 채 올 겨울을 날 수밖에 없어 애써 수확한 벼의 변질과 유실이 우려된다.19일 본보 확인 결과,올해 정부와 농협이 300여만톤의 벼를 수매할 예정이지만 이를 보관할 수 있는 창고는 270만톤 용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벼 30만톤은1,200만 서울시민들이 3개월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주요곡창지대별로는 전남의 보관창고 용량이 10만톤 정도 부족하고 전북 8만2,000톤,충남 8만톤, 경남 7만톤의 벼를 보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남 고흥군 흥양농협 미곡종합처리장의 경우 벼 저장창고(저장용량 3,800톤)가 이미 포화상태에 달해 앞마당에 벼 1,200톤을 야적해 놓고 있다. 앞으로도 1,200여톤을 추가 매입해야하지만 보관할 창고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전북 김제시 진봉농협도 창고 앞과 도로변에 2,000톤을 야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2,000여톤을 추가 매입해 야적할 예정이다. 진봉농협은 야적한 벼를 모두 처리하는 1월말까지2명의 직원을 배치, 야간 근무를 하며 야적벼를 지키고 있다.
충남 아산시 둔포농협의 경우6,500톤의 벼를 수매했으나 창고 부족으로 벼 3,000톤을 빈 터에 쌓아놓고 비닐을 덮어 보관하고 있다.
전남의 한 농협 관계자는“벼를 고수분 상태에서 오랫동안 야적하면 통풍이 제대로 안되고 일교차 등으로 벼 더미에서 자체 열이 발생해 벼가 변질된다”며“이 같은 변질사고는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지만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구나 매년 추수 이후 먹이가 부족한 쥐들이 벼에 덮인 비닐 포장을 뚫고 들어가 벼를 먹어치우고 비닐포장 속에 새끼를 치는 등 야적에 따른 위생문제도 커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안경호기자
kahn@hk.co.kr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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