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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작가' 김창영 전…"모래네…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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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작가' 김창영 전…"모래네…어, 아니네"

입력
2001.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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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째 모래 그림을 그려오고 있는 재일 작가 김창영(44)씨의 작품을 보면 두 번 속는다.우선 멀리 떨어져서 보면 ‘넓게 깔린 모래를 극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이 분명하다.

모래 알 하나하나를 저렇게 세밀하게 그린 것을 보니 보통 묘사력을 지닌 작가가 아니라는 확신까지 든다.

그러나 조금 가까이 다가가서보면 그의 작품은 진짜 모래로 만들어졌다.

부산과 여수에서 채취한 모래를 일본 요코하마의 작업실까지 가져가 캔버스나 나무판 위에 접착제로 단단히 붙인 그림인 것이다. 직접 만져보면 오톨도톨한 모래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여기서 관람객이 발길을 돌린다면 커다란 실수를 하는 셈이다.

작가의 ‘붓질’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아주 가까이서 보자.

파도가 할퀴고 간 듯한 모래 위의 윤곽 선과 도드라진 모래 알의 선명한 음영은 모두 작가가 직접 붓으로 그린 것임이 밝혀진다.

이렇게 모래 위에 그린 가짜 모래 그림이 바로 김창영씨의 작품 세계다.

22일~12월 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열리는 그의 27번째 개인전에는 실체와 환영이 뒤범벅된 낯선 세계를 표현한 그림 30여 점이 선보인다.

풍경을 회화 안으로 끌어들이고 여기에 다시 사실적 표현을 덧붙인, 이른바 ‘눈속임 기법’이라고 불리는 ‘트롱프 뢰유(Trompe-l’oeil)’ 기법은 그의 전매특허가 됐다.

화면의 내용도 다의적이다. 신발 자국이 가득한 것(‘Sand Play 0103-D’)도 있고, 모래사장 위에 누군가가 남긴 태극 모양을 표현한 것(‘Sand Play 0106-E’)도 있다.

모래 위에 남겨진 인간의 흔적이란 결국 파도 한번에 사라지는 덧없는 것임을 말하고자 함일까.

작가는 “과거 부산 바닷가에서 살던 때부터 모래사장 위의 여러 흔적들이 밤과 아침을 경계로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을 유심히 보았다”며 “나라마다, 해안마다 다른 여러 모래 중에서 나는 밝은 노란색의 한국 모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계명대 미대를 졸업한 그는1980년 중앙미술대상에서 모래그림 ‘발자국’으로 대상을 받은 뒤 82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과 한국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ㆍ단체전을 가졌다.

99년 아랍 에미리트에서 열린 제4회 샤르자 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도쿄의 한 전철역벽면에 대형벽화가 걸렸다.

12월 7일~16일에는 부산 코리아아트 갤러리에서도 전시회가 열린다. (02)544-8481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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