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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가 사는 법 / 여성 매니저 이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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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가 사는 법 / 여성 매니저 이윤선

입력
2001.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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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에 여성 매니저는 흔치 않다. 경력7년차인 이윤선(34)씨. 가요기획사 뭉치기획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1996년 소찬휘 1집 매니지먼트를 시작으로 고한우, 대니 정, 권진원 등의 매니저를 맡았고, 얼마 전부터는 남성2인조 오페라의 홍보를 시작했다.

홍익대 불문학과 86학번으로 학내 음악 동아리 뚜라미(11기)를 거쳐 89년 엄정화와 동기로 MBC 합창단에 들어가 3년 반 동안 활동했다.

95년 ‘퇴색돼 버린 사랑 앞에’라는 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6년째 KBS 아침마당 ‘가족 노래자랑’ 코너의 코러스도 맡고 있다.

97년 초등학교 동창인 남편 우종원(34ㆍ신승수 프로덕션 제작실장)씨와 결혼해 딸 림(2)을 기르고 있다.

가수 지망생들이 많아지면서 덩달아 늘어난 매니저들. 하지만 그 중에서 여성은 자우림 매니저 우현정씨, 이정현 매니저 위명희씨, 이선희 매니저 권진영씨, 주석 매니저 김정수씨 등 열 손가락 안이다.

여성 매니저가 드문 이유는 우선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매니저 생활은 고되다.

음반이 나오기 전에는 가수와 함께 녹음실에서 생활하다시피 하고 음반이 나오면 방송사와 신문사를 돌아다니며 PD와 기자들을 만나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처음 찾아오는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다. 얼굴이 익더라도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언성을 높이는 일도 적지 않다.

그래도 식사에서 술자리까지 홍보성 접대도 해야 한다. 또 방송사나 업소, 행사장 등 언제 어디든 가수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경쟁자가 많으니 일의 강도와 스트레스도 만만치않다. 그래서 매니저를 하겠다고 나섰다가 금방 사라지는 이들도 종종 있다.

“신참 여자 매니저는 6개월까지는 아는 체 할 필요 없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런 가요계에서 7년째 매니저를 하고 있으니 이윤선씨는 독종 소리를 들을 법도하다.

어쩌면 수많은 남자 매니저들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눈물 흘려가며 터득한 노하우가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 언뜻 봐서는 도무지 매니저로 보이지 않는다. 명랑하고 쾌활한 보통 아줌마 같다.

“몸은 피곤하지만 돌아다니는 것 좋아하고 사람 만나기를 즐기니 정말 매니저가 적성에 맞나 봐요.”

물론 적성이 전부는 아니다. 무엇보다 가수를 했었다는 것이 남들에게는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매니저와 입장이 다른 가수의 상황과 심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죠.” 그래서 가수를 관리하는 데 남들보다 어려움이 적은 편이다.

또 필요하다면 노래할 때 이런 저런 조언도 한다. 얼마 전에는 박강성의 콘서트에 코러스를 서기도 했다.

그의 일과는 매일 아침 10시 방송사를 찾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음반 홍보초기에는 오후 9~10시, 보통 때는 오후 7시까지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방송 3사는 매일 가고 틈틈이 종교방송과 신문사를 찾아간다. “무턱대고 찾아간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 잘못하면 방송사 로비에서 허송세월만 하죠. 언제, 어떤 내용으로 누구를 만날지가 머리속에서 빈틈없이 돌아가야 합니다.”

요즘처럼 새 음반 홍보를 시작하면 더 바쁘다. 신인인 오페라의 새 음반은 불과 이틀 사이에 200장을 돌렸다.

PD나 기자를 만날 때는 요령이 있다. “너무 애절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해요. 음반 얘기는 처음에만 하고 다음부터는 정말 급한 때 아니면 안 해요. 그냥 이런 저런 사는 얘기를 하죠.”

그는 PD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 위해 무리하지도 않는다. “몇몇 사람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려다 보면 놓치는 게 많아져요. 매니저는 사이클이 중요하거든요.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게 최고예요.” 그래서 접대용 술자리도 별로 갖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분 좋게 한두 잔 하는 정도다.

술자리가 혹 여자라서 가능한 ‘열외’는 아닐까. “그럴수도 있죠. 제게 남자 매니저들과 똑같은 것을 요구하는 사람도 없고, 남자 매니저들이 저를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일하는 방식이 여성이기 이전에 매니저로서의 소신 때문이라고 한다.

“당장은 일부 남자 매니저들과 차이가 날 수 있어요. 하지만 무턱대고 그들을 따라 하고 싶지는 않아요. 친소 관계에 의존하는 매니지먼트는 오래 못 가니까요. 투명하게, 음악과 원칙을 가지고 사람을 만나야죠.”

공교롭게도 여성 PD 중에 얘기가 잘 되는 사람이 많다.

그에게 여성 매니저란, 여성인 자신의 직업이 매니저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한다.

자신이 여자라고 느끼는 건 하루 일이 끝나고 오히려 집 근처 어린이 집으로 딸을 데리러 갈 때다. “아직 어린데 떼놓고 다니는 게 정말 마음이 아프죠. 밤 늦게 돌아올 때나 지방 갈 때만이라도 안심하고 애기를 맡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언젠가 한 번은 오리라는 대박에 대한 기대보다 육아에 대한 고민이 당장은 더 큰 듯 보였다.

“여성 매니저가 드문 것은 육체적으로 힘들어서라기보다는 매니저가 아닌 여성으로 보려는 안팎의 시선 때문이기도 해요.” 경력 7년차인 이윤선씨. 그에게 여성 매니저란 여성인 자신의 직업이 매니저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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