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가 다시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것일까. 금주중 발간되는 계간지 겨울호들이 논쟁적인 글들을 잇따라 게재했다.그간의 침묵을 걷고 생산적인 토론 문화를 부활하려는 노력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문단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어느 곳보다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문예지는 ‘창작과비평’이다.
창비 겨울호 특집 ‘한국문학의 오늘, 민족문학의 새로운 구도’에 실린 기고는 공격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시인 김승희씨는 “요즘 젊은 시인들이 강렬한 시정신과 전복적인 시각을 보여주지 못한다며 이는 주류 시단의 지나친 서정화 경향과 맞닿아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 평론가 임규찬씨는 선후배 평론가 윤지관, 황종연, 최원식씨의 평론집을 분석했다.
임씨는 윤씨가 원론적인 리얼리즘론에 머물고 있으며, 황씨의 리얼리즘 이해는 통념과 관습을 근거로 한 손쉬운 재단(裁斷) 어법이라고 공격한다.
또한 최씨의 모더니즘 연구는 제대로 된 공시성과 통시성의 변증법을 형성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계간 ‘황해문화’에서는 평론가 남진우씨와 권성우씨의 논쟁이 진행 중이다. 남씨는 이 잡지 겨울호에서 ‘문학권력’ 논쟁을 이끌어온 권씨에 대해 “자신들이 하는 것은 ‘건전한 비판’이고 자신에 대해 하는 것은 ‘냉소’라는 편리한 이분법을 쓰고 있다”면서 결국 자기기만에 불과할뿐이라고 공격한다.
“기존의 문학권력 비판 담론이 지닌 논리적 부실함과 천박함에 대해선 의도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권씨를 비판하는 남씨의 글은 권씨가 황해문화 가을호에 실은 글에 대한 반박문으로, 권씨는 같은 잡지에 재반론을 게재할 예정이다.
한편 소설가 복거일씨는 ‘문예중앙’ 겨울호에 게재한 소설 ‘목성잠언집’을 통해 현 정권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이 소설은 21세기 후반 목성의 위성 ‘개니미드 공화국’이라는 미래사회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을 다루지만, 배경만 가상공간일 뿐 한국사회의 정치인들을 이름만 바꿔 등장시킨다.
‘티모시 골드슈타인은 압제적 군부정권들로부터 박해를 받으면서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싸운 정치지도자였다. 그러나 한번 집권하자 그들은 이내 권위주의적 대통령이 되었다’는 식이다.
복씨는 특히 정부의 햇볕정책과 언론사 세무조사를 강하게 비난한다. ‘그들은 군부 정권의 관행들을 그대로 본받아, 야당지도자들을 거세하고 비판적 신문들을 핍박했다…골드슈타인 정권이 ‘햇살정책’이라고 불린 웨스트 개니미드에 대한 유화정책을, 별다른 준비없이 갑작스럽게 추진하자, 이스트 개니미드 사회는 국론 분열 현상이 일어났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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