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이렇게 말했죠. '벌이 날다'에서는 땅을 파 들어 갔는데, 다음엔 올라가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민병훈 감독(32)은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산으로 올라갔다.
'괜찮아 울지마'는 모스크바에서 도박 빚을 지고 고향 마을로 숨어 든 ‘돌아온 탕아’ 무하마트 (무하마드 라히모프)의 이야기.
전작이 이란 영화의 색채가 짙었다면 이번에는 서사 구조를 더욱 확장했다. 산을 깨는 할아버지가 중요한 모티프이다.
'벌이 날다'는 타지키스탄에서 러시아영화학교 동기인 잠셋 우즈마노프와 공동 연출한 작품으로 토리노영화제 대상 등 해외에서 잇달아 수상했으나, 산전수전 끝에 이듬해 국내에 개봉했고, 겨우 4,3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상업적 잣대로 보면 관객 4,300명의 감독이 무슨 말을 하겠어요. 하지만 그들이 마니아가 된다면,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아시아, 유럽,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생겨난다면 영화는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주의' 영화가 더욱 참담해지는 현실이지만 상업적 성공에 대한 강박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괜찮아, 울지마’ 역시 ‘벌이 날다’처럼 현지 배우들과 마을 사람, 스태프를 이끌고 영화를 마쳤다.
촬영을 전공한 그답게 10차례나 색보정을 한 화면은 인상주의 그림처럼 수려한 영상미를 자랑한다.
"키르키스탄과 국경지역에 있는 마을은 한참 내전 중이라 촬영허가를 얻는데 애를 먹었어요. 긴장이 감도는 분위기를 포기할 수 없었죠. 외국인은 우리가 처음이라더군요. 처음 두 달간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마을 사람에게 인사하고, 아이들과 놀기만 했어요."
"영화공부를 하면서 타르코프스키에 치여 죽는 줄 알았다"는 그가 지향하는 영화는 철학 교과서 같은 작가영화가 아니라 옛날 이야기 같은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비디오 시사 때 "우리 얘기를 외국 감독이 더 잘 만든다"는 칭찬을 들었고 칸, 베를린, 로테르담, 카를로비바리 영화제 관계자들은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국내 개봉은 해외영화제 이후인 내년 4월중으로 예정하고 있지만 글쎄. 작가주의 영화가 마땅히 겪어야 할 고통일까? 그의 속마음은 이렇다.
“괜찮아요. 울지 않아요.”
민병훈 감독.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최고의 영화”라는 칸영화제 관계자의 말이 그를 기쁘게 했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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