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에서 전 국왕이 총리, 전 공산당원이 대통령인기묘한 ‘동거정부’가 출현했다.18일 치러진 불가리아 대통령 선거결선투표에서 공산당의 후신인 사회당의 게오르기 파르바노프(44) 당수가페타르 스토야노프(49) 현 대통령을 누르고 승리했다. 1989년 불가리아에서 공산 정권이 무너진 이후 그 후신이 대권을 장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월 총선에서 승리, 총리에 취임한시메온 2세 전 국왕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고 대통령은 상징적 지위에 그치지만 사회당으로서는 10여년 만에 국가원수를 배출하는 쾌거를 이룬것이다.
출구조사결과 파르바노프 후보가 53.3%를 득표, 46.7%에 그친 스토야노프 후보를 앞서 승리가 확실하다. 스토야노프 후보도 패배를시인했다.
파르바노프는 96년 당수에 취임한후 수년 만에 공산당을 유럽식 사회주의 정당으로 전환시킨 개혁적 인물이다.
그는 “우리는 당의 볼셰비키적인 이미지와 결별했으며, 그것을 후회하지않는다”고 과거와의 단절을 강조했다.
파르바노프 승리는 사회당이 아닌 그개인에 대한 인기와, 스토야노프 치하에서의 경제난과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회당은 지난 총선에서 겨우1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불가리아인들이 ‘좌’나‘우’가 아니라 ‘변화’를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르바노프는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입을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승리 소감을 밝혔다.
한편 시메온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파르바노프 당수에 맞서 스토야노프 현 대통령을 지원한데다, 출신 성분이 서로 달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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