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LG텔레콤의 유상증자 철회 및 LG카드의 상장연기 등 증시정책을 잇따라 수정했던 LG계열사들이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양 사 정책변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제시됐던 것은 9ㆍ11 테러사태로 인한 증시침체와 자금시장 경색.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지난달 이후 주가는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 종합주가지수는 현재 연중 최고치마저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장세를 너무 비관적으로 본 LG가 실기(失機)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LG텔레콤은 기준가 5,100원에 10월 15~16일 IMT-2000 컨소시엄 참여업체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5,395억원)를 계획했었으나 테러 사태 이후 LG텔레콤의 주가가 4,000원대로 내려앉아 참여업체들의 실권이 예상되자 증자계획을 철회하고 말았다.
그러나 청약 예정일이었던 16일 LG텔레콤 종가는 당초 기준가를 뛰어넘는 5,230원이었고 이후에도 꾸준히 올라 19일에는 5,820원으로 마감됐다. 계획을 아예 철회하지 말고 다소 연기하는 등 조금만 상황을 지켜봤어도 무리없이 자금조달에 성공할 수 있었다.
더욱이 다시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해도 일러야 12월 중순 이후 청약을 실시할 수 있어 다시 주가가 떨어질 경우 증자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지난달 16~17일 공모주 청약을 실시, 이달 거래소 상장 예정이었던 LG카드의 상장연기도 지금 와서 판단하면 너무 민감한 반응이었던 셈이다.
상장연기를 결정했던 10월 11일 이후 증시 주변여건은 지속적으로 호전됐고 코스닥 공모시장의 경우 과열 분위기마저 느껴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계획을 변경할 수도 있지만 너무 앞서나간 판단 때문에 일정무산에 따른 시장의 불신만 얻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진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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