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둔산동에 사는 김영민(6)군은 2년째 ‘특별한’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친구들이 다니는 유치원과 다른 점은 한가지. 유치원에서 쓰는 말이 영어라는 점이다.지난해 유치원담임교사의 지도로 한국인ㆍ미국인 선생에게서 기초영어를 배운 데 이어, 올해부터는 미술ㆍ놀이ㆍ과학 등 모든 수업을 영어로 배운다. 김군의 어머니 이모(36)씨는 “아직까지 어휘가 풍부하지는 않지만 단어를 발음하거나 기초회화를 할 때 별로 어색한 느낌은 없다”고 자랑한다.
■ 주니어영어교육 시장 후끈
영어유치원과 영어학습지 등을 통한 조기 영어교육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4~7세 취학전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영어유치원은 프랜차이즈 학원그룹이 운영하는 1,000여 개를 비롯, 크고 작은 어린이영어학원까지 합하면 전국적으로 어림잡아 5,000여 곳이나 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신도시 등 수도권에만 매월 10여 개씩 생겨나고 있다.
국내에 영어유치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2년. 일찌감치 불어닥친 조기교육 붐에다 인터넷의 확산, 취업난 등으로 영어의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조금이라도 일찍 영어에 접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학부모들의 인식이 영어유치원 호황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선생들로부터 수업을 영어로 받는 영어유치원은 40만~80만원에 달하는 수업료에도 불구하고 신청이 쇄도한다. 입소문이 퍼져 있는 일부 영어식 유치원에는 입학 대기 인원이 정원의 2,3배나 된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사는 최모(35ㆍ여)씨는 다섯 살짜리 아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영어를 일찍 가르치고 싶어’ 7개월 전부터 영어학습지를 시키고 있다.
최씨는“영어동화나 비디오 등 보조교재를 함께 보면서 영어를 가르치는데 흥미를 갖고 곧잘 따라 한다”면서 “원어민교사에게 직접 배우는 것보다는 못할 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영어와 친숙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학습지 시장도 1995년 이후 매출액 기준으로 매년 10%대의 고성장을 거듭할 정도로 뜨겁다.현재 200개가 넘는 업체에 회원수만 250만~300여만 명, 매출액 연 1조5,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어린이 영어교육 요령은
조기 영어교육은 장기전이 ‘왕도(王道)다. 전문가들은 “느긋하고 끈기있는 자세로 영어를 단순한 ‘언어’가 아닌 ‘문화’로 받아들이도록 해야만 효험을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루에 20~30분만이라도 꾸준하게 해야 하고, 단기간의 성과에 급급해 아이를 옥죄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기 십상이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전하는 어린이 영어교육에 대한 몇 가지 조언. 첫째 학원에 다닌다면 무얼 배웠는지,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지 확인한다. 영어공부가 싫다고 하면 잠시 쉬게 하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
둘째 학습지를 한다면 단어암기 위주의 공부는 미취학 아동이나 저학년생에게 도움이 안된다. 아이의 교재를 함께 보면서 흥미를 갖는지 관찰하고 영어동화, 비디오 등 재미있는 보조교재를 활용해 제대로 문장과 발음을 접하게 한다.
셋째, 엄마가 가르칠 경우에는 자신감을 갖고 평소 짧은 영어문장을 만들어 반복해 써주고 가능하면 실제 외국인들이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준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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