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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 예쁜여자의 '죄'엔 왜 더 가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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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 예쁜여자의 '죄'엔 왜 더 가혹할까

입력
2001.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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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여자와 못생긴 여자가 똑같이 혐의를 받고 있을 때 대부분의 남자들은 당연히 예쁜 여자의 편을 듭니다.굳이 범죄심리학의 ‘골상학’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그럴 법한 일이지요.

그러나 일단 예쁜 여자쪽이 ‘죄인’임이 밝혀지면 그 반응은 못생긴 여자에 대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합니다.

황수정의 히로뽕 사건을 거론하며 뒤로만 호박씨를 깠다느니, 최음제와 연결시켜‘색마’‘성중독자’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대중의 격렬한 분노는 이러한 심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한 정신분석학자는 “예쁘고 조신한 여자에게는 ‘내 여자가 되었으면’하는 마음에 너그러워질 수 있다. 그러나 실체가 밝혀지면서 일단 마음을 접게 되면 그전에 동경을 품었던 만큼 미움이 더해진다”고 말합니다.

황수정의 맑고 지고지순한 이미지는 공격성을 심화하는 데 한 몫을 했지요.

페미니스트계간지 ‘이프’의 황오금희 편집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황수정이 여러 역할로 다양한 이미지를 가졌더라면 이렇게까지 만신창이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줄곧 보여 온 모습은 이 시대에는 찾기 힘든, 여전히 남성들에게 ‘통제 가능한 여성’의 복고적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70년대 현모양처였다.”

실체와 이미지의 괴리가 말할 수 없는 중압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하는 심리학자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들끓는 여론에 조심스럽게 이의를 제기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문화개혁시민연대 이유주혜 간사는 “황수정을 구경거리로 취급하는 마녀사냥식의 보도가 잇따른다”고 말합니다.

인터넷에서 수많은 반박을 받으면서도 ‘황수정의 죄만 미워합시다’ ‘나무랄 것은 나무라되 갱생의 여지마저 짓밟아서는 안 된다’ 고 말하는 시청자들도 있습니다.

그녀의 이미지를 만들고 소비해 왔던 언론과 대중이 이제 와서 마구잡이로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입니다.

물론 황수정 스스로, 양자를 어느 정도 일치시키려는 ‘이미지 관리’에 실패한 것은 사실이지만. /양은경기자 ke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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