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독일 화단의 스타로 불린 세계적인 신표현주의 작가 안젤름 키퍼(56)의 서울 전시회가 열린다.서울 종로구 사간동 국제갤러리가 95년에 이어 이어 내년 1월 27일까지 안젤름 키퍼 초대전을 마련한다.
12월 6일까지 서울 박여숙화랑에서 열리는 대지미술가 크리스토ㆍ장 클로드 전시회와 함께 주목할 만한 외국작가 초대전이다.
키퍼는 70년대부터 유대인의 역사와 독일 나치 정권을 다룬 일련의 작품을 발표했다.
독일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대지를 검은 모래와 짚, 녹았다가 다시 굳은 납, 도자기 파편등을 콜라주한 평면ㆍ설치 작품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81년에는 제39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독일 대표작가로 참가해 “작품에서 사적인 내용을 담는 신표현주의 작가”라는 평을 받으며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91년 독일통일 이후 크게 변모한 그의 작품세계를 접할 수 있다.
유대인 문제와 나치즘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고대 이집트 신화, 중세 연금술, 근ㆍ현대 중국사까지아우르며 인간과 종교, 문명의 원천적인 문제를 제기한 작품 10점을 선보인다.
2000년 작 ‘탄호이저’는 납으로 제작한 14권의 책을 가시 넝쿨과 함께 설치한 작품.
오페라 ‘탄호이저’의 작곡가 바그너의 장엄하고 극적인 음악 미학을 조형적으로 형상화한 이 작품은 문명을 상징하는 책과 퇴락한 자연을 떠올리는 바싹 마른 넝쿨을 절묘하게 대비했다.
신의 예언을 담아 후대에 전승하는 책이, 중세 연금술에서 ‘기억을 담아내는 신비의 금속’이라고 칭한 납으로 제작된 점이 눈길을 끈다.
또 다른 2000년 작 ‘백화제방(百花齊放)’은 세로 190㎝, 가로 630㎝의 대형 페인팅으로 양귀비가 가득 피어있는 광활한 풍경을 묘사했다.
눈 여겨 볼 것은 작품 가운데 상단의 오른 손을 치켜올린 마오쩌둥(毛澤東)의 이미지.
마오쩌둥의 출현으로 작품 속 양귀비는 중국 인민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다. 결국 이 작품은 개방과 사고의 자유를 표방하면서도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장치로 악용된 마오의 ‘백화제방’운동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02)735-8449
2000년 설치작품 ‘탄호이저’. 말라죽은 가시 넝쿨이 문명의 보고인 책으로 어지럽게 침투하는 모습을표현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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