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창과 이태호. 축구협회(FA)컵 대회서 최악의 조건을 딛고 선전한 두 감독의지도력이 축구계에 새삼 화제다. 이태호 대전감독은 결승진출 후 한국철도 이현창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이제야형 마음을 알 수 있을것 같다”고 흐느꼈고 이 감독은 “사내가 아무때나눈물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격려했다. 어려울 수록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말이었다.“고생을 할 수록 나중에 더 큰 그릇이 되는 것 아닙니까.” 아마추어팀 한국철도를 FA컵 8강에 진출시킨 이현창감독(54)은 최근 심한 몸살을 앓았다.
15일 전북전(1-2패)을 마치고 35인승 미니버스로 귀경하느라 체격 큰 선수들이 불편을 호소, 휴게소에자주 들리다 보니 새벽 4시에야 숙소에 도착했고 그때부터 시작한 회식이 무리가 됐다.
하지만 한국철도 일용직 신분으로 월 100여만원의 박봉에시달리면서도 한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자식 같은 선수들을 위해 해줄 게 없다는 자괴감이 몸살의 더큰 원인이었다.
부천 SK로 이적해 성공한 이을용은 “돈좀 더 벌어 한국철도로 복귀, 후배를 위해 쓸 때까지 기다려 달라”며 후배들을 격려했지만선수들은 다음날부터 고달픈 일상으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1998년 안양시 인덕원에 숙소가 마련되고 35인승 구단버스를 구입하기 전까지만해도 선수단은 시내버스를 타고 경기장에 모여야 했고 숙소에서도 스스로 급식을 해결해야만 했다. FA컵을 앞두고 이 감독 고향인 이천시에 통사정,잔디구장에서 눈치를 보며 훈련해야 했다.
더구나 트레이너 한명 없이 대회를 치르다보니 부상선수가 속출, 15명만으로 경기를 해야 했지만 프로명문팀수원 삼성전을 앞두고 선수들은 오기로 똘똘뭉쳤다.
정예멤버가 나선 수원전에서 2_0승, 전남전 승부차기승, 그리고 전북전 아쉬운1_2패. 이 감독은 “어렵더라도 정도를 걸으면 기회가 온다”면서 “선수들이빨리 정식사원이 되는 것을 보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경기가 끝나고 나니 갑자기 설움이 복받치더라고요.”
18일 2001 서울은행 축구협회(FA)컵준결승전이 열린 부천종합운동장. 승부차기끝에 대전 시티즌이 전북 현대를 4_3으로 꺾고 창단 이후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하는 순간, 대전의 이태호감독(40)은 1982년 스페인월드컵 예선서 편파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해 눈물을 쏟은 뒤 꼭 20년만에 다시 눈물을 흘렸다.
87년 오른쪽 시력을 거의 잃을 정도의치명적인 부상으로 선수생명이 위태로울 때도 꿋꿋이 ‘외눈 스트라이커’로 재기할 만큼 독종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그였다. 그러나 구단의 재정난으로어려운 환경에 놓인 선수들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고 정규리그 최하위팀 감독의 멍에를 써야 하는 고통은 그로서도 참기 어려웠다. 정규리그가 끝날즈음에는 체중이 6㎏이나 빠지기도 했다.
FA컵을 앞두고도 사기가 땅에 떨어진선수들을 추스릴 방법이 없었지만 독종감독의 오기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처음엔 4강 정도가 목표였다”는 이태호 감독은 “정규리그 막판 치열한 순위다툼으로모든 팀이 힘이 떨어져 있어 단기전서는 우리도 해 볼만 하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준결승전이 끝난 뒤엔 국내 선수는 몰론 외국인 선수 콜리(세네갈)까지눈물을 펑펑 쏟았어요. 선수들에게 큰 빚을 진 만큼 꼭 우승의 결실을 맺고 싶습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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