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티넨탈 항공사는 심각한 불황 속에서도 미국의 5대 항공사 중 2001년 전반기에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였다.또한 1996년에 이어 2001년에도 항공업계에서 '올해의 항공사'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포천지가 선정한 '100대 일하고 싶은 기업'에 선정될 정도로 잘 나가는 회사다.
그러나 이 회사는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에 해당하는 미국의 11장 파산법에 의한 정리절차를 두 번이나 신청할 정도로 부실의 대명사로 꼽히는 회사였다.
콘티넨탈이 기사회생한 것은 이 회사에 기업회생전문 경영컨설턴트로 왔다가 33세의 나이에 사장으로 취임했던 브렌만의 활약 덕분이다.
브렌만은 취임 당시 콘티넨탈 항공사의 형편을 "마취도 없이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비유하였다.
그는 베던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적자노선의 폐쇄, 무능한 임직원의 교체, 현금 중시 경영 등을 즉각적으로 실행하여 구조조정에 성공하였다.
이탈리아의 거대 에너지그룹인 에니(Eni)사도 만성 적자와 누적된 부채에 시달리던 공기업었는데, 최고경영자인 베르나베 회장의 리더십 덕분에 성공적으로 민영화했다.
개혁성때문에 내부적으로 왕따당했던 베르나베 회장이 1992년 최고경영자로 취임했을 당시 에니의 최고경영진 상당수가 부정혐의로 입건되고 임직원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었다.
베르나베 회장은 비핵심사업을 처분하고, 부정혐의로 기소된 임직원을 해고했으며,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정부의 도움도 사절하는 등 공기업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였다.
그 결과 1998년에는 성공적으로 민영화를 마무리하였으며 2000년에는 무려 50억 달러의 이익을 내는 초우량 기업으로 전환되었다.
공기업의 속성상 내ㆍ외부의 엄청난 저항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에니의 구조조정이 성공할 수있었던 것은 "회사는 정부와 이익이라는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는 베르나베 회장의 철저한 주주중심 경영철학과 회장 개인의 도덕성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란 대부분의 조직 구성원에게 괴로운 일이다.
조직과 인원이 대폭 줄고, 급여도 삭감되는 고통분담이 따른다. 일단 성공했다 해도 잠시도 쉴 틈없이 지속되어야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구조조정이 기업의 하부구조로부터 자발적으로 시작되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 성패 여부는 거의 전적으로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구조조정의 처방은(적어도 원칙에 있어서는) 아주 상식적이고 간단하다.
예를 들어우리 기업들의 고질병인 고비용ㆍ저효율 문제는 수익성이 낮은 자산의 처분, 인원감축 및 각종 비용절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뻔한 처방을 받기위해 기업들은 수백 억원까지 컨설팅 회사에 지급한다. 그렇게라도 당위성을 확보하여 구조조정의 실행과정에서 내부의 저항을 무마시키겠다는 최고경영자의 고육지책이다.
1997년 이후 구조조정은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가 되었다.
금융권과 기업의 구조조정은 시장원리를 따르지만, 정부가 대주주인 공기업은 기획예산처의 정부개혁실 주도하에 이루어진다.
얼마 전 낙하산 인사로 유명했던 한 공기업 사장이 경영성과평가 결과 기획예산처장관의 해임건의를 받아 자리에서 물러난, 우리나라 공기업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이 있었다.
고심 끝에 이러한 결정을 내려야 했던 장관의 결단이 돋보이는 한편 수천가지의 공공부문 개혁 점검리스트를 체크하는 개혁담당부서 직원들이 안쓰럽다.
내부에서 발탁된, 개혁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사장에게 충분한 보수를 주고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주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면 굳이 정부가 미주알 고주알 챙길 필요가 없다.
이러한 딜레마는 결국 정부고위층이 풀어야할 숙제다.
/전성빈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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