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기업에는 언제나 확실한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그러나 성공한 CEO의 뒤엔 늘 유능한COO(Chief Operating Officer:최고운영책임자)가 있기 마련이다.COO란 기업내 업무전반을 총괄하는 자리. 재무책임자인 CFO나 기술책임자인 CTO보다 한단계 높은 사실상의기업 2인자다. 경제환경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기업경영에서 COO의 중요성은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
외국의 대기업들은 오래전부터 COO 직책을 운용해오고 있다. CEO 혼자 산적한 사내외 업무를 모두 챙기는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일상적 실무현안을 챙겨줄 ‘보좌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COO는 차기 CEO를 위한 수업과정이이라는 ‘후계’기능도 갖고 있다. 대부분 외국기업에선 차기 CEO를 COO가 승계하기 때문에, 기업내 ‘권력구도’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CEO가 물러나더라도 혼선과 경영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COO로 임명되면 CEO 후보로서 미리 시장의 검증을 받게 된다.
세계 최대기업인 GE의 제프리 이멜트회장은 잭 웰치 전 회장에 의해 COO로 임명돼 상당 기간 ‘대권수업’을 받아왔다.
잭 웰치라는 ‘절대군주’가 물러나고, 기업의 사활을 건 하니웰과 합병이 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GE가 평상시와다름없는 안정경영을 꾸려갈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멜트 회장이 COO로서 오래전부터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해왔고, 시장도 그를 ‘예정된 CEO’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웰치 성공경영과 시사점’보고서에서 “웰치 신화를 가능케했던 요인 중 하나는 ‘유능한 CEO는 키워지는 것’이란 신념하에 젊고 유능한 인물을 COO로 임명해 경영수업을 받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최초의 흑인 CEO가 확실시되는 메린린치의 스탠리 오닐도 현재 COO를 맡고 있다. IBM의CEO인 루이스 거스너 후임도 현 COO인 사무엘 팔리사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제록스의 새 여성CEO로 임명된 앤 멀케이 역시 COO에서 승진했다.
COO→CEO로 이어지는 외국기업의 승계구도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COO 개념조차 생소한 상태. 한컴 옥션이네트 등 일부 벤처기업들이 COO 직책을 도입했을 뿐, 오히려 대기업에선 COO 자리를 찾기 힘들다.
중견 기업 중에선 맥킨지의 경영컨설팅을 받아 지난 달 COO를 임명한 두산중공업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CEO를오너가 맡는 우리나라 기업구조하에선 ‘차기’개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COO제도가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후계승계 의미는 배제하더라도 CEO의 결점을 보완하고 책임과 권한을 분산한다는 의미에서 COO제도는 적극 모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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