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에너지 개발ㆍ활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최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에서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배출을 1990년의 95% 수준으로 억제한다는 내용의 교토의정서 이행안이 최종 승인됨에 따라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을 대폭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8년부터 참여하지만, 국제사회의 압박에 따라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가 풍력 발전을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풍력 발전 선진국인 덴마크도 거의 같은 시기에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덴마크는 전체 소비전력에서 풍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나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풍력발전기 14대를 수입해 설치한 것이 고작이다.
다국적 석유회사 셸은 최근 대체에너지가 2050년 세계 에너지 소비의 50%를 차지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세계적 추세가 이런데도 우리나라는 정부의 무정책으로 대체에너지는 아직 꿈일 뿐이다.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며 에너지 종속국이면서도 대체에너지 개발에 무관심했던 것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관계자는 “기술개발도 시장 형성을 주도하는 정책 없이는 결국 돈 낭비일 뿐”이라며 한탄했다.
■태양광=태양광 발전은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이미 일반화 단계에 들어섰다.
미국은 97년 ‘100만 태양지붕 이니셔티브’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10년까지 자동차 85만 대가 내뿜는 양의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킨다는 계획이다.
유럽연합(EU)도 2010년까지 50만 개 건물에 500MW 용량의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보급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특히 세계 태양전지의 32.4%를 공급하는 일본은 개인이 주택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설치비의 3분의 1을 국가에서 보조하고 있다.
독일 정부도 대통령 관저, 연방정부청사를 모두 태양광 발전 시스템으로 건설하는 솔선수범을 보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연구를 북돋아줄 시장 자체가 없다.
삼성SDI 김수홍 박사는“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광전지를 개발해 놓고도 국내 수요가 없어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개탄했다.
■풍력=덴마크는 2030년까지 풍력으로 전력의 50%를 충당한다는 목표를 잡고 풍력산업 수출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국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14대 가운데 10대가 덴마크 제품이다.
전문가들은 제주도나 대관령 등 우리도 풍력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많다고 지적한다.
■조력ㆍ파력=조력(潮力)과 파력(波力)은 바다와 인접해 있는 나라들을 중심으로 시범운영 중이다. 조력은 날개가 있는 기둥을 바다에 박고 바닷물의 드나듦에 따라 날개를 회전시켜 발전하며, 파력은 발전기가 바다에 떠 있으면서 출렁이는 파도가 만들어낸 공기의 흐름으로 터빈을 돌려 에너지를 만든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초 자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파력발전기가 설계와 관리 잘못으로 파도에 휩쓸려 10여㎞ 해상을 떠돌다 완파된 어이없는 사건이 있었다.
■핵융합=일체의 공해가 없는 꿈의 에너지다.
핵분열을 이용한 원자력 발전과 달리 방사선을 전혀 방출하지 않는다. 진공공간에 수소원자를 조금씩 투입해 가열하면 수소원자가 뭉쳐 헬륨원자가 만들어지고 이때 막대한 에너지가 발생한다.
수소폭탄과 원리는 같지만 폭발이 아닌 지속적 연소만 가능한 양을 투입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부산물 헬륨도 인체에 해가 없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이정수 핵융합연구개발사업단장은 “미국, 일본 등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국가에서 2040년쯤 핵융합발전소 건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우리는 요원하다”고 밝혔다.
■연료전지=연료전지 자동차는 부산물로 깨끗한 물만을 내놓는다.
수소와 산소가 결합할 때 나오는 전자를 모아 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자동차, 휴대폰, 노트북 등의 전력원으로 급속히 떠오르면서 97년 이후 전 세계 기관과 기업이 전지 개발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몇 달 전 미국 하와이 주정부는 현대ㆍ기아자동차가 개발한 싼타페연료전지 자동차를 업무용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바이오매스(Biomass)ㆍ지열=바이오매스는 생물에너지를 재활용하는 것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시는 음식물 쓰레기를 모두 모아 발효기에 넣고 가스를 생산해 이를 전력으로 사용하며, 유럽 축산농가들도 분뇨 발효 가스로 전기와 난방열을 생산한다.
지열은 온천지대나 화산지대에서 특수하게 이용할 수있는 에너지다. 이 분야는 아이슬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에너지 시장에서 이러한 대체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0.1%.
지난해 산업자원부가 2006년까지 대체에너지 비율을 2%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선진국에서는 대체에너지에 포함시키지 않는 소각열(쓰레기를 태워 발생한 열을 지역난방이나 공업용으로 쓰는 것)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환경운동연합 에너지대안센터 이상훈 사무국장은 “대체에너지는 더 이상 기술개발이나 단가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독일에 비해 일사량이 30~50% 많은 우리가 대체에너지후진국으로 전락한 것은 정부의 무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