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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실금' 창피하다 숨겨선 곤란…대부분 치료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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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실금' 창피하다 숨겨선 곤란…대부분 치료가능

입력
2001.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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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지난 아들을 둔 주부 이모(31ㆍ여)씨는 요즘 말 못할 고민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아이를 낳고 나서부터 속옷을 적시는 일이 가끔 있기 때문이다. 혹시 오늘 밤도 하는 생각에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외출도 잘 못하고 누가 알까 싶어 사회생활도 제대로할 수가 없다.

출산은 가장 성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출산을 경험한 여성 중 상당수가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새는 요실금(尿失禁ㆍ소변 찔금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최근 배뇨장애 및 요실금학회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40대 이후 여성의 40% 정도가 요실금을 경험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1억 명 이상의 여성이 이 질환에 시달리고 있을 정도로 흔한 여성질환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요실금을 ‘사회적암’이라고 규정하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정부가 연간 300억 달러 정도를 요실금 치료에 지원하고 있다

■치료가 가능하다

요실금은 분만 시 태아의 머리가 산모의 질(膣)을 통과하면서 골반근육이나 요도괄약근에 손상을 줄 경우 생긴다.

방광을 받치는 골반근육이 느슨해져 기침 등으로 갑작스레 가슴압력이 올라가면 방광이 뒤로 밀리면서 소변이 새는 것이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기 때문에 일상생활의 불편함은 물론, 성생활의 만족도마저 급격하게 떨어져 부부관계를 악화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웃을 때나 기침, 재채기, 줄넘기 등을 할 때 배에 힘이 들어가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변이 찔끔 나와 사회생활에 불편이 크다.

홍재엽 비뇨기과 원장(전 이화여대비뇨기과 교수)은 “요실금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많은 불편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찾지 않고 있는데 이는 요실금을 단순한 노화현상으로 받아들이거나 부끄럽고 치료되지 않는 병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요실금은 단순한 노화현상도, 또 숨겨야 할 질병도 아니며 환자의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치료법

요실금은 원인에 따라 복압성(긴장성), 절박성, 일출성 요실금으로 분류한다.

가장 흔한 요실금은 복압성으로 분만 이후 골반근육이 약해지고 골반이 느슨해지면서 방광과 요도가 처져 생긴다.

요실금의 80~90%가 여기에 속한다. 기침, 재채기, 줄넘기를 하거나 배에 힘이 들어갈 때 소변이 나오면 복압성 요실금이다.

요실금의 10~20%를 차지하는 절박성요실금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뇌졸중이나 치매, 디스크 등 신경계통의 질환이 있을 때나 당뇨병이나 자궁 수술 후 발생한다.

절박성이란 말 그대로 소변이 몹시 급해지면서 변기에 앉기도 전에 속옷을 적시는 증상이다.

또 밤에 자다가 수시로 소변을 보기 위해 일어나며 낮에도 두 시간에 한 번 이상 소변을 본다. 복압성과 절박성이 결합된 혼합성 요실금도 있다.

일출성 요실금은 전체 요실금 환자가운데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넘쳐 흐른다’는 뜻으로 방광이 늘어나 힘을 잘 못쓰는 상태를 말하며 소변을 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아주 약하게 나온다.

소변을 본 뒤에도 개운치 않으며 심지어 잠을 잘 때에도 소변이 흘러 옷을 적시기도 한다.

요실금은 수술보다는 우선 항문을 조이는 골반근육운동(케겔 운동)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이 운동을 하면 요실금 환자의 70~80%가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케겔 운동을 할 때는 항문을 조이되 하복부와 허벅지 근육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잘못하면 질(膣)의 압력을 높이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케겔 운동이 여의치 않은 환자는 전기를 이용해 골반근육을 강제로 움직이게 하는 전기자극 치료를 이용해야 한다.

질(膣) 내에 20~450g의 원추형 콘(cone)을 넣고 이것이 빠지지 않도록 골반근육을 수축 운동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이라는 기구를 사용하면 환자가 자신의 골반근육이 수축할때 근육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좀더 효과적으로 골반근육운동을 할 수 있다.

■새로운 치료법과 수술법

최근에는 옷을 입고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 치료를 받는 마그네틱 요실금 치료기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자석(마그네틱)이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자장이 골반근육에 자극을 주어 요도 주변의 근육을 강하게 하는 것으로 치료 기간은 주 2회씩 6주간 총 12회를 실시하며 한 번 치료에 25분쯤 소요된다.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이상준 교수는 “마그네틱 요실금 치료기를 이용한 2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가 만족스러운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복압성 요실금 치료에 약물이나 골반근육훈련등이 별 효과가 없거나 요실금 정도가 심할 때는 수술을 하는 게 좋다.

입원과 마취를 해야 하는 게 흠이지만 치료 효과는 가장 확실하다. 대표적인 수술법은 요도를 올려주는 슬링(sling) 수술법과 버치(burch) 수술법이 있는데 최근에는 테이프 수술법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테이프 수술법은 기존 수술법과 달리 부분 마취를 통해 요도에 특수 테이프를 삽입해 근육과 인대의 긴장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서울중앙병원 비교기과 주명수 교수는 “중증 요실금 환자 305명을 테이프 수술법으로 치료한 결과, 96.6%의 치료 성공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수술법의 치료 성공률(70%)과 완치율을 크게 앞서는 수치이다.

특히 기존 수술법은 최소 5~7일간 입원을 해야 하는 데 반해 테이프 수술법은 입원을 하지 않거나, 길어도 2~3일 만 입원하면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일명 ‘이쁜이 수술’로 알려진 질전벽협축술은 요실금 치료법이 아니다.

홍재엽 원장은 “많은 산부인과에서 요실금 치료의 일환으로 외음부의 소음순을 좁혀주는 이쁜이 수술을 시행하고있는데, 이는 질 입구만 조금 좁힐 뿐 처진 방광 자체를 올려주지는 못하고 성생활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쓸모없는 수술”이라고 말했다.

요실금을 치료하고 성만족도를 높이려면 질 입구는 물론 내부, 근육까지도 좁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체중감량과 운동이 예방수칙

요즘은 비만을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데 요실금에도 예외가 아니다. 비만을 예방할 수 있는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이 요실금 예방의 제1수칙이며, 수영이나 에어로빅보다는 가벼운 등산이 좋다.

또한 방광을 자극하는 술이나 커피,카페인, 맵고 짠 자극성 음식, 인공감미료도 삼가고 규칙적으로 배변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약도 가려 먹어야 한다. 감기약이나 혈당강하제는 요도의 압력을 바꾸고 이뇨제는 소변량을 증가시키며 항히스타민제나 항우울제 등은 방광 수축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한양대 구리병원 산부인과 황정혜 교수는 “특히 임산부의 경우는 출산 직후부터 골반근육운동을 시작하는 게 좋고 일할 때 쪼그리고 앉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한의학선 어떻게 보나▼

한의학에서는 요실금은 신장이나 방광이 약해서 생긴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증상별로 신장 기운을 강화하고, 방광을 따뜻하게 하는 약재로 증세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폐장과 비장이 허약할 때는 아랫배가 불러오면서 묵직하고, 언제나 아래로 처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소변이 힘없이 나오거나 방울방울 떨어진다.

이 때에는 약해진 신장과 방광을 강화하기 위해 인삼, 백출, 당귀 등을 약재로 한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에 마, 오미자 등을 넣어 쓰거나 인삼, 황기, 복령 등을 약재로 한 삼기탕을 처방하기도 한다.

신장의 기운이 약하고 다리에 힘이 없고 허리가 쑤시면서 오줌이 새는 경우는 숙지황, 산수유 등을 약재로 한팔미환(八味丸)에 은행씨를 보충한 약물이 도움이 된다.

한편 요실금 중에서 소변 색이 맑고 하얗게 나오는 것은 허한증이 원인. 숙지황 등을 약재로 한 팔미지황환(八味地黃丸)으로 다스린다.

반면 소변색이 붉게 나오는 것은 당귀 등을 약재로한 사물탕(四物湯)에 황연해독탕(黃連解毒湯)을 사용해 열을 내리고 해독하는 방법이 있다.

전문적인 처방 외에도 가벼운 복압성요실금에는 은행을 구워 먹으면 도움이 된다.

하루에 7~10알 정도가 적당하며 약간의 독성이 있어서 너무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또 겉껍질을 벗긴 은행에 참기름을 붓고 밀봉해 1~2개월 후 10알 정도씩 건져 볶아 먹어도 좋다.

자생한방병원 요실금클리닉 류갑순 과장은 “요실금도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원인에 따른 치료법이 중요하므로 시간을 오래 끌기 전에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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