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지검 특수부가 맡았던 3대 게이트와 김형윤(金亨允) 전 국정원 경제단장등의 수뢰사건과 관련, 검찰 내부에서조차 부실수사와 로비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지난해 수사당시 수사에 직접 간여하거나 진행 상황을 지켜보았던 서울지검의 일부 간부와 검사들은 “수사검사에 대한 간부들의 간섭이 심했으며 위에서 수사를 막기도 했다”며 “당시 수사상황과 간부들의 행태가 알려지면검찰 고위층 상당수가 다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는 “특히 김 전 단장 사건에는 검찰 고위 간부들도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안다”며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돼 수사검사가 입을 열 경우 검찰 내부에 엄청난 파문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검사들은 “사건당자자로부터 금품제공 진술을 받고도 수사하지 않은 것은 통상적 상황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수사라인과 검찰 고위층, 거물 변호인, 국정원고위간부 등의 개인적 친분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당시 서울지검 부장검사와 평검사들의 상황설명.
◆A검사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과 검찰 고위층과 친분설이 파다한데.
“김 전 차장이 지난해 진승현씨 사건 직전 평소 친한 대검 고위간부를 찾아왔다.진씨와의 혼담문제 때문에 자문을 구하러 왔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것은 순전한 ‘페인트 모션’(위장전술)이다. 구명로비가 목적이었다.
김 전 차장은이 간부 외에도 당시 고검장급 인사와 더 친했던 것으로 안다. 김 전 차장의 부친은 70년대 대검차장을 지낸 검찰 호남인맥의 대표적 인사고 이를 매개로 검찰 고위층과 친분이 막역하다.”
-김재환(金在桓)씨의 진술을 받고도 수사팀이 조사하지 않은 것은.
“특수부가 금품전달 진술을 받고도 조사하지 않은 것은 정말 문제다. 검사로서 있을수 없는 일이다. 수사팀 입장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을 테지만 이해할 수 없다.
당시 수사팀장이 ‘왜 이런 일을 맡게 됐는지. 참 힘들다‘며 자주하소연했던 것으로 안다. 검찰 고위층을 통해 국정원 등의 로비가 많이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사라인과 검찰 고위층 및 거물급 변호사와의 친분관계가 로비통로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진 게이트’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일부 변호사는 손을 뗀 것으로 안다.
당시 수사팀은 워낙 베테랑들이고 지휘력 및 결속력이 강해 불협화음이 나오지는 않았다.”
◆B검사
-정현준 게이트나 김형윤 전 단장 수사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나.
“김형윤 사건 당시 주임검사가 끝까지 수사하려다 윗선과 갈등을 일으켜 결국 인사조치됐다.그는 소신을 세우다 불이익을 당한 명백한 피해자다.
정말 안타깝다. 당시 그는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 사표 쓰겠다’며 울분을 토했고 주위에서겨우 말렸다.”
-누가 수사를 막았나.
“김형윤 사건은 윗선에서 막았다. 그러나 누구라고 명시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것아니냐. 당시 수사팀장은 걸핏하면 주임검사를 바꾸려 했다. 그래서 부서 내에 파열음이 잦았다. 그러나 그 사람 혼자 책임은 아니다.
그는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다. 당시 수사라인 간부들이 수사에 적극 개입해 수사방향을 결정하고 제한을 많이 두었다.
본격적인 특검 수사가 시작돼 당시 수사상황의 전모가 밝혀지고 검사들이 입을 열면 검찰 고위층 상당수가 다칠 것이다.”
◆C검사
“정현준 사건을 맡았던 특수2부에서는 당시 부서원간 사이가 안 좋아 잡음이 많았다.진승현 사건을 맡은 특수1부가 진술을 받아 놓고도 수사 안한 건 글쎄… 내 일이 아니니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니다. 다만 1부에서는 2부 같은 잡음은 없었다.”
◆D검사
“진승현 사건은 깔끔하게 처리되지 못했다. 특수부팀의 수사책임자가 제대로 지휘ㆍ처리를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국정원에 대해 그 정도 밖에 손대지 않으려고 했던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겠느냐. 전체적으로 보면 (윗선의)반대에 부딪혀서수사가 잘 안된 것이다. 말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E검사
“수사라는 게 하다 보면 한이 없다. 어느 선에서 꼬리를 잘라야 한다. 특히 특수부수사는 더 그렇다.
진승현 사건도 어느 단계에서 잘라야 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고위층일수록 불러 조사하기가 더 힘들고 입증도 어렵다.
뭐든지다 수사할 수는 없다는 게 수사담당자의 힘든 점이다. 당시 특수1부 수사팀장은 뛰어난 특수통 검사다. 내부 갈등도 없었다.
요즘은 국정원이 예전처럼 함부로 로비하지도 못한다. 정현준 사건을 맡은 특수2부는 분명히 내부 갈등이 있었다. 내부적으로 분란을 부추기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지만 검사가 돈을 먹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
배성규기자
vega@hk.co.kr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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