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무디(JohnMoody)가 아이디어를 낸 것은 1900년이었다.당시 미국 정부는 대륙을 연결하는 철도건설 자금 조달에 끙끙대던 중이었다.
영국 프랑스 등에서 돈을 끌어 쓰려 했지만, 이들은 미국 철도회사들을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때 출판업자 무디가 묘안을 낸다.
철도회사들의 신용평가 가이드북을 만들어 유럽 투자자들에게 돌리자는 것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오늘날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원조인 '무디스'가 이렇게 탄생했다.
■미국이 세계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파워의 뒤 안에는 무디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와 같은 신용평가사들이 도사리고 있다.
일개 사기업에 불과한 이들의 권세는 가히 하늘을 찌른다.
이들이 매기는 평점에 따라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울고 웃으니 무관의 제왕이 따로 없다 할 것이다. 국제시장에서 국채나 회사채발행조건의 득실차도 무시할 수 없지만 주식 환율 등 경제전반에 미치는 후폭풍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들은 세계경제의 잣대를 휘두르고 있다.
■이들의 카리스마는 종종 도전을 받는다.
등급조정에 불순한 의도가 끼어 있다거나 심지어 음모설까지 제기된다.
환란 이듬해 어떤 재계 총수가 말했다. "외국컨설팅회사들은 우리 경제의 나쁜 것만 얘기해 주가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CNN 등 방송이 나서고 다음에 신용평가사가 들어와 등급을 낮춘다. 이게 그들의 방식이다."
몇 년 전 일본 대장성이 불만을 품고 이들에 대한역(逆)신용평가 작업을 벌이겠다고 큰 소리를 치기도 했으나 후일담은 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파워가 또 한차례 국내를 휩쓸고 지나갔다.
S&P에서 우리 국가신용등급을 올리는 발표가 나오자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정부측도 싱글벙글이다.
이번에는 저승사자가 아니라 산타클로스여서 다행이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발표 며칠 전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대적 주식매수에 나선 것을 놓고 짜고치기니, 정보유출이니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 동안 등급조정 때마다 거의 어김없이 같은 패턴이 벌어졌던 터라 마냥 흘려 듣기도 찜찜한 '의혹'이다.
정부당국이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을까.
송태권 논설위원
songt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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