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홍윤오기자 카불 첫진입 제2信아프가니스탄 전쟁현장에 특파된 한국일보 홍윤오기자는 17일 탈레반의 동부거점 잘랄라바드 취재를 마치고 이날 밤 한국인 기자로는 처음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 들어섰다.
동행했던 국제 기자단과 헤어져 단독취재 중인 홍 기자는 카불로 떠나기 직전 잘랄라바드에서 제2신을 보내왔다.
세계를 공포에 떨게했던 테러집단의 근거지라고 믿기지 않았다. 17일 오전 주민들의 안내를 받아 찾은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잘랄라바드 훈련 캠프’는시내 한복판에 있었다.
러시아의 정보보고서는 이 곳을 아프간에 있는 50여 곳의 알 카에다 캠프 가운데에서도 핵심거점중 하나로 꼽았었다.
한복판에는 100여㎡ 넓이의 단층 사각형 건물이 자리잡아 사방을 돌아가며 출입문이 여러 개 나 있다. 주변에는 간부들의 숙소와 어린이 학교 등으로 보이는 작은 집 4개가 흩어져 있다.
하지만 이것이 캠프의 전부다. 내부는 미로처럼 벽으로 차단된 아랍식 구조로돼 있고, 일부는 자물쇠가 그대로 채워져 있지만 벽에 탄환자국 하나 없다.
“‘아랍인’들이 저 속에 모여 뭘 했는지 몰라요. 어느날 부랴부랴짐을 싸더니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민가에 가까워서인지 그동안 폭격 한번 받지 않았어요.”
이곳 사람들은 알 카에다 조직원을 ‘아랍인들’이라고부른다. 수년 전 빈 라덴과 함께 몰려든 후 아프간 주민들이 줄곧 느껴온 위화감이 배어 있는 말투다.
알 카에다가숨은 곳은 남쪽으로 60~70km 떨어진 파치루아감과 토우라보라의 산악동굴이라고 귀띰해주는 주민도 있었다.
본관 건물에 들어서니 한쪽 부분은 군사 교육장으로 쓰인 게 분명한 듯, 로켓포탄 200여 발과 82㎜ 박격포, 대공포 받침대 등 무기와 장비들이 쌓여 있다. 표적을 식별하기 위한 교육재료는 사용했는 지 외국잡지에서 오려낸 미군 헬기의사진들도 발견됐다.
다른 건물에는 어린이 학습지 같은 것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이슬람에 관한 책들도 여기저기 버려져 있었는데, 뒤지다 보니 직통전화 번호 사본과 지하드(성전)에 관한 소책자 같은 것들도 눈에 띄었다.
간부의 집 마당에는 주인 잃은토끼와 닭들이 먹을 것을 찾아 뛰어다녔고 방안에는 버리고 간 가재도구와 함께 어린이 장난감과 약병들도 보였다.
이 캠프와는 달리 전날 둘러봤던 탈레반의 수비대 제81사단 본부에는 전쟁의 상흔이 역력했다. 잘랄라바드 남쪽 3㎞ 지점에 5,000평쯤 될 것 같은 사단본부는 건물잔해 더미를 제외하고는 텅 빈 모래 황무지로 변해 있었다.
연병장과 막사가 구분되지 않는 폐허 위에 50여대의 탱크와 장갑차, 트럭들이파괴된 채로 방치돼 있었다. 시동 한번 걸어보지도 못한 채 제자리에서 미군의 폭격을 받은 듯했다.
먼지구덩이 외길을 제외하고는 여기저기 폭탄 파편과 차량바퀴, 전차용 기관총알,터지지 않은 포탄들이 널려 있었다.
간혹 철모나 장화 같은 개인장비도 주인을 잃은 채 뒹굴고 있었다.
탈레반 81사단 소속이었다가 북부동맹에 투항한샤에즈 레와히리(21)는 “10여차례 이상 폭격이 가해졌지만 벌써 처음 2~3번폭격으로 탱크 등 모든 무기가 폐품이 됐다”며 “그러나 병력은 미리 대피해 인명피해는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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