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인심을 내놓으면 나그네들은 양심으로 화답합니다.”경북 구미시 산동면 백현2리25번 국도에서 923번 지방도로 접어드는 길옆에 있는 ‘무인주막’ 주인장 박계수(朴桂守ㆍ53)씨는 온 국민을 주주로 둔 양심주막기업의 최고경영자다.
5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4월20일 문을 연 이 주막에는 나그네만 왁자지껄할 뿐 주인은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
엄마 손에이끌린 세살 꼬마서부터 80살 노인까지 누구나 먹고 마신 만큼 알아서 마당 한켠의 요금 항아리에 셈을 치르고 가면 그만이다.
박씨는 이 나그네들을 위해 매일아침마다 술과 음료수, 과자, 돼지고기, 라면, 김치 등 수십가지 음식을 냉장고에 재워놓고 9대째 내려온 농사를 지으러 떠난다.
마당의 테이블 2개와 장작불을 뗀 3평짜리 방 3곳에는 손수 음식을 꺼내먹거나 해먹는 나그네들의 웃음소리로 왁자지껄하고 헛간에는 지게와 도롱이, 돌저울추, 물레등 잊혀진 농기구 수백점도 전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서로 믿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다”는 박씨는 “주막은하나의 공동체로 나그네들의 양심을 먹고 운영된다”고 말했다.
농촌 골짜기에 있는 이 주막에는소비 품목으로 추산해 평일 100여명, 주말 300여명이 찾는데다 여름 휴가철에는 하루에 2,000명 가까이 다녀가기도 했다.
주인 없는 이 주막에도 지켜야할 원칙이 있다. 사용한 냄비 등 가재도구 들은 타인을 위해 정리 정돈해야 하고 화투와 카드놀이는 원천봉쇄다.
매일 밤9시께 갈쿠리로 항아리속 지폐를 긁어내는 그는 “나보다 부자 있으면 나와봐”라며 세상 인심에흡족해 한다.
현상유지 수준이상의 돈이 들어오면 다음날 ‘이것은 무료입니다. 주인백’이란 방이 어김없이 나붙는다.
“8개월째 운영해본 결과 나그네들의 양심은 합격점”이라는 박씨는 “양심이 살아있는한 무인주막은 결코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환히 웃는다. (054)471-4639
구미=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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