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이 넘은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우아했다.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누벨바그의 여신'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원로 여배우 잔 모로(73)가 부산을 찾았다.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그의 ‘특별전'을 마련해 ‘연인들’(감독 루이 말ㆍ58년), ’쥘과 짐’(감독 프랑수아 트뤼포ㆍ62년), ’마그리트 뒤라스의 사랑’(감독 조세 다얀ㆍ2001년)을 상영했기 때문이다.
16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친절하고 영화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 놀랐다”고 했다.
15일 가진 ‘관객과의 대화’ 역시 “훌륭한 자리였다. 젊은 관객들이 너무나 열광적이고 마음 같아서는 카페로 자리를 옮겨 1시간쯤 더 이야기를 주고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1949년 ‘마지막 연인’으로 데뷔해 50년 동안 프랑스 유명 감독의 작품에 출연해 왔으며, ‘빛’(76년), ‘청춘’(78년)을 직접 감독하기도 했던 ‘영원한 프랑스의 연인’인 그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
“2년 전 파리에서 처음 한국영화를 보았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름다움과 독창성에 놀랐다.”
그는 배우란 매우 풍요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했다.
“배우로 살다 보면 마음을 열게 되고, 호기심이 많아지며, 의외의 사람들과도 만나게 된다. 나는 배우에 앞서 한 여성이며 영원한 학생이다. 죽는 날까지 삶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해나가며 살아갈 것이다.”
그는 20여년 전부터는 배우로서 자신이 받은 혜택을 남에게 베풀려고 애쓰고 있다. 에키녹스협회를 만들어 신인 작가들을 후원하고 있다.
“영화나 연극의 연출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영화제에 ‘삼사라’를 출품한 인도의 판나린 감독도 그의 도움을 받았다.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멈추지 않는 그는 나치수용소의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실화를 영화로 만들 계획이다.
“파리로 돌아가는 대로 장소헌팅을 하고, 내년 5월부터 촬영을 시작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감독들이 상상을 실현하는데 내가 배우로서 필요하다면 뭐든지 하겠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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