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라스베이거스에서 17일 (현지시간 16일) 폐막하는 올 추계 컴텍스(Comdex 2001 FALL)는 양과 질 모두에서 ‘함량미달’잔치로 기록될 전망이다.미국을 비롯한 세계 정보기술(IT)시장의 경기침체와 9ㆍ11 테러사건의 여파로 규모가 축소된 데다 내용상으로도 지금껏 컴덱스가 보여줬던 차세대 IT 산업의 미래와 비전을 별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 줄어든 몸집
그동안 수많은 전문 IT전시회에 상당한 내줬어도 추계 컴덱스는 ‘최대’라는 수식어를 놓지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역대 가장 초라한 행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컴덱스 주관사인 키3미디어에 따르면 참여기업 수는 지난해에 비해 300여 개 이상 줄어든 2,000여개, 관람객 수는 지난 해 20만명에 비해 40% 가까이 준 12만5,000명으로 추산됐다.
참여기업의 감소 때문에 전시관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한 곳에만 마련했고 그나마 주인없는 부스까지 보일 정도로 전반적으로 을씨년스러웠다.
지난 해의 경우 넘쳐나는 신제품을 전시할 곳이 없어 컨벤션 센터 인근에 위치한 샌즈 엑스포까지 전시장으로 활용했었다. 더욱이 테러위협을 막는다는 이유로 보안 검색까지 강화돼 썰렁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 새롭게 등장한 신기술도 없어
이번 컴덱스쇼에서 참관자들의 눈길을 끌었던 이슈는 ‘무선 네트워킹’과 생체인식 보안 분야였다.
무선네트워킹에서 TDK, 프록심, 미국 애서로스 커뮤니케이션 등 업체들이 내놓은 근거리 무선 네트워킹이 표준 규약으로 떠오르고 기반기술(플랫폼)인 801.11b(일명 와이파이)관련 제품들이 나름대로 호평 받았다.
이 밖에 다양한 종류의 개인용휴대단말기(PDA)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차세대PC로 밀고 있는 태블릿PC 등이 대거 출시돼, 조만간 무선 휴대용 PC가 데스크톱PC의 자리를 차지할 것임을 실감케 했다.
9ㆍ11 테러사건의 여파로 보안 분야도 관심을 끌었다. 국내 업체로는 니트젠ㆍ시큐젠 등이 선보인 홍채인식 등이 참관자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선보인 제품들이 대부분 시판 중이거나 약간 진일보한 정도여서 내년 IT기술의 방향성을 잡아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ㆍ인텔ㆍ소니등 대형 IT기업들도 대대적인 마케팅은 펼쳤지만 이미 공개된 기술이나 제품군 등을 내놔 김빠진 전시였다는 후문이다.
특히 MS전시관은 엑셀ㆍ파워포인트등 윈도XP 기반의 오피스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꾸며져 빌 게이츠가 기조연설에서 역설한 ‘닷넷 을 통한 무선기업시대’의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기대를 모았던 리눅스 분야도 별다른 응용프로그램이나 진전된 소프트웨어 엔진 등을 내놓지 못해 전시기간 내내 한산했다.
◈ 국내업체 나름의 성과
지난 해보다 참가업체가 다소 줄고, 대기업의 참여도 저조했지만 국내 벤처업계는 참여업체가 크게 줄어든 와중에도 수출상담을 활발하게 벌이는등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가 마련한 한국 공동관을 이용한 업체 가운데 넷시스정보통신, 세바시스템, 조서야 테크놀러지 등 업체들이 덴마크, 미국 등에 7,000만달러가량의 수출 상담을 벌이는 등 활기를 띄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들도 디지털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쳐,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하지만 정보통신부 등 정부와 관련단체의 긴밀한 협조 속에 좀 더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컴덱스에 참가한 알파비전텍 이종훈 사장은 “싱가포르의 경우 크리에이티브라는 단일 브랜드로 벤처기업들을 묶는 등 정부차원의 마케팅이 눈에 띄었다”며 “향후 부스 지원 뿐 아니라 프로모션 등도 지원 받을 수 있다면 좀 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종덕기자 lastrad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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