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양곡유통위원회의사상 첫 추곡수매가 인하 건의는 2004년 쌀 협상을 앞두고 국제 쌀값의 4~6배에 이르는 국내 쌀값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특히 지난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도하 개발 아젠다(뉴라운드)’가출범함에 따라 쌀의 가격 현실화를 통한 국제경쟁력 제고는 절대적인 숙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 우리 쌀은 정치미(米)
추곡수매가는 90년대들어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 직후인 94, 95년과 97년 등 4 차례 동결된 적이 있으나 나머지 해에는 평균 4~6% 인상됐다.
이에 따라우리나라 쌀값은 지난 7월을 기준으로 미국산의 5.8배, 태국산의 9.2배, 중국산의 6.3배가 될 정도로 국제가와의 편차가 커져 왔다. 이 같은편차의 확대는 추곡수매가 결정 방식도 한 몫을 했다.
즉 현행 양곡관리법에 따라 정부는 추곡수매가와 수매량을 매년 국회 동의를 받아 결정토록 돼있어 국회 심의과정에 농민표를 의식한 선심성 인상이 잦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쌀이 ‘경제미(米)’가 아니라 ‘정치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93년말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이후 지금까지 정부가 농촌구조개선사업을 위해 총 57조원을 퍼부었지만 오늘날 국내 쌀의국제경쟁력이 오히려 당시보다 취약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로서도 갈수록 커지는국제가와 수매가의 편차를 두고볼 수만은 없는 일이어서 정부는 지난 9월 쌀산업 중장기대책을 통해 “앞으로 추곡 수매가를 안정화시켜 나가겠다“며 수매가의 인하 내지 동결 방침을 시사했고, 뒤이어 양곡유통위원회의 결정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인상 가능성 여전
하지만 이번 결정은 올해쌀 생산 과잉으로 산지 쌀값이 떨어져 소득이 줄어든 농민들이 수매가 인하방침에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정부와 국회가 추곡수매가를 최종 결정하는데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 13일 농민 2만여명은 서울 도심에서 쌀값 폭락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정부안 결정 및 국회 심의 과정에 수매가의 소폭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양곡유통위 회의는위원들간에 4시간여 동안 격론이 벌어졌다.
생산자대표들은 최소한의생산비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소비자대표와 학계 대표들은 수매가를 낮추지 않을 경우 결국 농민이 피해를 본다는 점을 강조, 결국 투표를 통해 건의안을 확정할 수밖에 없었다.
양곡유통위는 생산자대표 5명, 소비자대표 5명, 학계-연구기관 5명, 언론계 2명,유통분야 3명으로 구성돼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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