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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벌정책 뒷걸음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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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벌정책 뒷걸음질 하나

입력
2001.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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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ㆍ 여당이 확정한 '대기업 집단 정책 개선방안'은 투자촉진 명분을 앞세운 재계의 주문과 지속적인 개혁 당위론 사이의 중도 타협책이다.지난 수개월간 소모적 공방을 벌여 온 재벌문제에 일단 접점을 찾은것은 반길 일이나 재벌정책이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한 것 또한 사실이다.

서열에 따라 상위 30개 그룹을 지정하는 현행 '대규모 기업 집단제'를 양적 기준(자산 5조원 이상)으로 전환키로 한 것은 현실적으로 이치에 닿는다고 본다.

수십배의 자산 격차가 나는 그룹들을 한 울타리에 넣어 동일한 규제를 가하는 현행 방식은 상식적으로도 불합리하다.

일정 자산규모로 자르는 방안도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등위에 의한 획일적 단칼 방식에 비하면 한결 탄력적이다.

외형이 크더라도 재무구조 우량(부채비율 100% 미만) 그룹은 집단지정에서 제외키로 한 것도 긍정적이다.

이럴 경우 앞으로 집단 지정대상에서 떨어져 나가는 중하위 재벌 그룹들을 수수방관해도 괜찮으냐는 문제가 남는다.

이에 정부ㆍ여당은 계열사간 상호 출자와 빚 보증 금지대상을 확대(자산규모 2조원 이상)하는 쪽으로 해법을 내놓았다.

현재 30대 그룹은 물론이고, 그 아래 하위 그룹까지 대상이 된다. 상호출자와 빚 보증은 부실의 전염, 나아가 시장 경쟁풍토를 저해하는 악성 행태인만큼 감시대상을 넓혀야 할 당위성이 있다고 본다.

그동안 군소 재벌 그룹들이 규제 사각지대에서 야기한 무분별한 외연 확장의 폐해를 감안하면 오히려 때늦은 감마저 있다.

재벌규제의 또 다른 핵심인 출자총액 제한제도는 이번에 사실상 대폭 완화됐다.

총액규제를 아예 폐지하려 했던 당초 공정위 안을 백지화, 기존 골격을 유지했지만 예외규정을 추가함으로써 내용적으로는 상당히 금이 갔다.

예외대상이라는 것도 '핵심역량 사업' '기술개발 사업' 등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어 악용 소지가 크다.

자칫 빈 껍데기만 남아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있는 만큼 철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투자 촉진도 좋지만 개혁의 기본 정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

재벌개혁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은 변함없다.

세계화 시대에 규제장치의 선진화가 시급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인 자유방임주의로 흘러서는안 된다.

재벌의 나쁜 행태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회심의 과정에서 이 점을 유념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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