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송해!" 객석의 2,000여명의 연호 속에 일흔 넷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하고 화사한 패션으로 무대에 오른다.14일 오후 4시 KBS홀에는 한국 방송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는 행사가 있었다.
최장수 프로그램인 KBS ‘전국노래자랑’의 21주년 특집 방송 ‘국민과 함께 딩동댕 21년’(12월 2일 방송)의 녹화.
최장수 프로그램에는 현역 최고령 진행자 송해씨가 있었다.
그가 무대에 오르면 객석에서는 “전국노래자랑 지나간다”라는 말이 터져 나온다.
15일 KBS 신관 로비에서 열린 21주년 기념식에서의 박권상 사장의 치사. “ ‘전국노래자랑’이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고 사랑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송해 선생의 절대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88년 5월 ‘전국노래자랑’의 마이크를 잡은 지 13년 동안 지구 네 바퀴 거리만큼 전국을 누빈 송씨의 이야기는 감동과 숙연함을 준다.
“무대에서 쓰러지는 날이 전국노래자랑을 끝내는 날”이라는 말로 그는 그 동안의 진행 역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방송에 처음 나오는 일반인들이 긴장을 할만도 한데 그를 뽀뽀하고, 껴안고, 모자를 씌우고, 음식을 먹여주어도 그는 웃음으로 맞는다.
“얼마나 편했으면 그러겠느냐”며 웃는다. 이런 편안함에는 남모르는 그의 노력이 숨어 있다. “녹화전날 먼저 지방에 내려가 시장도 가보고 목욕탕, 해장국집에도 들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 지방 특성을 파악하면 배우지 못하거나 돈 없는 출연자가 어떠한 행동을 해도 즐겁게 받아 줄 수가 있다.”
이런 일화도 들려주었다. 청주의 한 소년(10)이 눈물을 글썽거렸다.
나이가 더 먹으면 출연해보라는 송씨의 말 때문이었다. 송씨는 소년의 눈물을 닦아주며 훗날 출연 약속을 했다.
8년이 지난 뒤 청년이 된 소년이 그를 찾았다. 송씨는 금세 알아봤다. 이번에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송씨가 눈물을 흘렸다.
그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껴안고 뒹굴다 송씨는 가슴뼈를 다쳤다. 통증이 심해지는데도 그는 웃으며 프로그램을 끝내고서야 병원으로 직행한 일도 있다.
“딴따라는 자신보다 출연자를, 시청자를 생각해야 한다.”
그 긴 세월동안 어찌 괴로운 일이 없으랴. 보통 20명 정도가 출연하는데, 예선에 1,000여명이 참가한다.
떨어진 사람들이 송씨에게 몰려와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며 애절하게 호소한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사람을 출연시키고 싶다.
그는 ‘국민의 딴따라’란 표현을 좋아한다. 그가 이처럼 국민의, 특히 서민의 MC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인 아픔 때문이다.
황해도 재령에서 6.25때 혈혈단신 월남 해 배고픈 악극단시절, 외로운 방송사 생활을 하면서 정이 그리웠다.
“추석 특집이나 설날특집 녹화할 때 많이 운다”고 했다. “부모님 생각이 나서”란다.
21주년 특집 방송을 끝내고 그는 무대 뒤에서 눈물을 훔쳤다. 고마움과 기쁨의 눈물이었다.
그 눈물이 있기에 시청자들은 일요일 낮(12시 10분)이 더 즐거운지도 모른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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