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일의 즐거움'아름답고 조용한 정원에서, 아니면 집 가까운 작은 텃밭에서 고추를 심고 상추를 키우고 싶은 꿈.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만이 이런 꿈을 꾸는 것일까.
‘데미안’과‘유리알 유희’의 독일작가 헤르만 헤세(1877~1962)도 이 꿈을 꿨고 실제로 아름다운 정원을 가꿨다.
‘정원 일의 즐거움’(이레 발행)은 헤세의 시와 소설, 산문 중에서 정원에 관한 것들을 가려 뽑은 책이다.
독일 주어캄프 출판사가 1992년에 펴낸 이 책에는 정원 일을 가꾸는 노동과, 문명의 휴식처로서 정원을 찬미한 헤세의 글 60여 편이 실려 있다.
‘자연과 인간의 친교 회복’을 주창하며 요즘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녹색서’의 하나인 셈이다.
헤세는 1923년에 쓴 ‘잃어버린 주머니칼’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정원의 의미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땅위를 거닐 때면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꾼다는 행위의 아름다움과 품위를 엄숙하게 느끼곤 했다. 그것은 그곳에 영원히 초석을 놓고 나 자신과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고향과 안식처를 마련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정원의 한가운데에는 넓고 긴 길이 나고 우물이 있고 밤나무가 우거진 초원이 있었다.
’ 헤세가 직접 그린 수채화와 인간적인 면모를 담은 흑백사진도 눈길을 끈다. 두행숙 옮김. 1만 2,000원.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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