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폐막된 WTO 각료회의에서2003년 3월까지 각국이‘서비스 분야 양허안’을 제출키로 합의함에 따라 금융,통신, 법률, 교육,영상, 에너지 등 서비스 분야 전반에서 대대적인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게 됐다.일반 국민들은 비싼 돈을 들여 자녀들을 유학 보내지 않고도 국내의 외국대학 분교에 입학시킬 수 있고, 외국인 변호사와 법률상담을 할 수 있게 되는 등 여러 면에서 편리해지지만 강력한 경쟁자를 만난 해당 분야에서는 지각변동이 예견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서비스 시장 개방으로 교역장벽이 33% 감축되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이 52억 달러 증대되지만,통신ㆍ에너지 등 공익성이 필요한 일부 서비스분야에서는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격변이 예상되는 시청각ㆍ법률ㆍ교육서비스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나 선진국의 개방 압력을 감안할 때 영화, 법률,교육서비스는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폭적인 개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우선 국산영화 의무상영 일수를 146일로 규정하고 있는‘스크린쿼터’ 제도는 폐지가 확실시 된다.
최근 한국 영화의 점유율이 급상승하고, ‘스크린쿼터’제도 자체가 대외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가 안보적 필요성이 있는 공중파 라디오,TV방송을 제외한 위성방송 및 케이블 방송 등의 개방폭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법률 서비스에서는 국제법 자문 등에 대해 외국 변호사의 자격을 인정하고 외국 법률회사와의 합작 및 국내 변호사에 대한 고용제한 철폐가 불가피하다.또 교육 분야에서는 미국,캐나다, 호주 등의 강력한 요구로 외국대학 국내 분교를 비영리법인으로 지정, 대외송금을 불허하고 있는 제도가 폐지될 전망이다. 이 경우 해외 유수대학의 국내 분교 설립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공익적 대책이 필요한 통신ㆍ에너지서비스
국가 기간산업으로 지정돼 외국인들의 지분 소유가 제한됐던 통신ㆍ에너지 분야에서는 ‘지분 소유를 50% 이상으로 늘려달라”는 외국인들의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한국통신과 한국전력 일부 민영화 자회사의 경우 외국인들이 경영권을 장악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IEP김준동 연구위원은“통신ㆍ에너지 서비스의 공익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공익보호 차원에서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보유 주식이 한 주만 되어도 경영상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특별주(SpecialShare) 제도를 일정 기간동안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인의 전력업체 장악에 따른 전력요금의 상승을 방지할 수 있는 독립적인 규제기관 설립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2의 도약 맞은 건설ㆍ유통ㆍ해운서비스
국제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건설,유통, 해운분야는 해외시장 진출의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건설업체의 경우 중동과 동남아 건설시장의 개방이 확대되면서 그만큼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다만 인도와 파키스칸 등 개도국들이 값싼 건설인력의 해외진출을 위해 건설분야 인력이동의 자유화를 관철시킬 경우 피해가 우려된다.세계 8위인 한국 해운업계도 서비스 자유화로 해외진출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며, 유통분야도 국내 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보다는 대외 진출에 따른 이득이 기대된다.
한편 외환위기 이후 이미 개방화가 상당 폭 진행된 금융부문은 외국 은행 국내 지점 인허가 요건 완화와 생명보험업,손해사정, 보험계리, 보험중개,보험대리업 등의 추가 개방이 불가피하지만 전반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반덤핑 분야 추가 협상
정부는 이번 협상의 최대 성과인 ‘반덤핑 분야’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얻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지난 9월말 현재 73건의 반덤핑 규제와28건의 조사를 받는 등 수입국의 반덤핑 조치 남발로 수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각국과의 추후 협상에서 반덤핑 조사절차와 기준을 명확하고 엄격하게 만든다는 전략이다.
산업자원부 배성기(裵成基) 국제협력투자심의관은 “무분별한 반덤핑 조사를 막기 위해 소수 생산자나 노동조합은 아예 제소할 수 없도록 규정하거나, 반덤핑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 최소한의 마진인 ‘미소 덤핑마진(demiminis)’을 2%에서 5%로 올리는 방안을 관철시키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규제 종료이후 일정기간 동안 반덤핑 제소 금지 ▦반덤핑 조치기간 단축 ▦반덤핑 피해규모의 합리적 결정 등도 최종 합의안에 반영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이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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