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 출범은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어제 타결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 합의안이 부문별로 득실과 명암을 주었지만, 그것은 대강(大綱)의 서막에 불과하다.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세부 협상에 따라 득이 실로, 실이 득으로 뒤바뀌는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공산품 관세인하, 반덤핑협정 개정 등에서 기본 합의가 이뤄진 것은 우리의 교역환경을 개선하는데 있어 유리한 발판이다.
앞으로 구체적인 협상과정에서 이 발판을 토대로 국익을 극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 전술을 철저히 가다듬어야 한다.
문제는 농업 분야다.
시장개방확대와 보조금 삭감 등에 관한 이번 합의안은 지난 우루과이라운드(UR) 때보다 강력한 내용이다.
구체적인 조치는 후속 협상에서 정해지겠지만, 현재로선 수입물량 제한 폐지와 수입관세의 대폭 인하 방향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농업개도국' 지위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최소한 쌀이라도 개방을 막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세는 기울어졌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자세다.
앞으로 후속협상에서 개방은 하되 그 이행 폭과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데 초점을 맞추는 게 오히려 유리한 전략이라고 본다.
유럽연합(EU)측이 주장해 성사된 '무역과 환경의 연계'도 국내 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인 만큼 협상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협상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산업구조 개편 등 경쟁력 강화책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농업은 생산과 유통 등 전분야에서 대혁신을 통해 개방에 대비하면서 장기적으로 전화위복의계기로 삼아야 한다.
인위적으로 가격을 지지하는 후진적인 정책은 이제 철폐해야 한다.
쌀 등 주요 작목들의 잠재적 생산기반을 적정 유지하는 가운데 시장공급량은 수요에 맞추면서 특화된 품질로서 농가소득 증대를 유도하는 선진적인 정책이 절실하다.
뉴라운드 협상의 기본 틀을 짠 이번 각료회의에서 정부는 소기의 성과도 거두었지만 한편으로 쓰라린 좌절도 맛봤다.
농업부문에서 일본에 허를 찔린 것은 종합적인 교섭력의 한계를 노출한 대표적인 예다.
앞으로 2~3년간 진행될 마라톤 협상에서 정부는 무엇보다 국민과 관련업계의 시각 일치에 힘을 써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대외협상력은 국민적 컨센서스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전철을 밟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진짜 게임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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