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가 15일 소극적 안락사와 낙태, 태아 성감별, 대리모 등 '뜨거운 감자'로 가득 찬 의사윤리지침을 확정함에 따라 생명ㆍ윤리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뜨거워질 전망이다.의협이 같은 내용의 윤리지침을 마련했다가 각계 반발에 부딪혀 유보한 것이 불과 7개월전인 지난 4월.
그러나 의협은 여전한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윤리지침을 공포하고 생명문제를 공론화하겠다고 소리높이고 있다.
주수호(朱秀虎) 공보이사는 "의료현장에는 치료 중단과 낙태, 태아성감별 요구가 비일비재하다"며 "의사들이 통일된 원칙에 따라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지침 공포를 강행하게 됐다"고 밝혀 이번에는 뒷걸음질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강력 대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적지 않은 마찰과 논쟁이 일 것으로 보인다.
■ 소극적 안락사
의협은 "진료 중단은 환자 본인이나 대리인이 문서로 요구할 경우에 한하기 때문에 안락사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환자에게 불필요한 치료를 받지않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을 들어 제한적인 '소극적 안락사' 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의 입장은 완강하다. 복지부는 "의협의 조항은 '소극적 안락사'가 분명하다"며 "이 조항을 의료현장에서 강행할 경우 형법 제252조에 의거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고 못박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할 경우 생명경시풍조 확산, 환자의 인권 침해, 의사 판단의 정확성 여부 등의 문제가 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이 지침이 시행되면 환자가 생존할수 있는데도,경제적 부담을 두려워한 가족들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는 극단적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 낙태
낙태(인공임신중절수술)는 모자보건법과 전염병예방법 상 예외 사항을 제외하고는 금지돼있다. 그러나 의협은 미성년 임신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추가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국내에서 연간 100만건 이상의 낙태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며 "이 같은 상황에서 개인과 사회적으로 불가피한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서도 "의사들의 부문별한 중절수술로 낙태와 성문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고개를 내젓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낙태가 많이 이뤄진다고 해서 낙태를 허용하면 또 다른 낙태를 조장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태아 성감별
의료법에 따르면 태아 성감별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그러나 의사윤리지침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태아의 성감별 검사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 검사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이윤성 전 의협 이사는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권리가 있으며 따라서 태아가 8개월 이상 돼 낙태가 불가능할 때는 성 감별을 허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한적인 성감별 허용도 남아선호사상이 여전한 우리 사회에서 '악용'될 소지가 크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대리모
현행 법에는 대리모에 대한 규정이 없다. 윤리지침은 금전적 거래 목적의 대리모 관계를 인정하지 않지만,'비금전적'대리모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의협 관계자는 이와 관련,"실제로 많은 불임부부들이 대리모를 이용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혀 대리모 허용에 무게를 두었다.
그러나 대리모를 인정할 경우 전통적인 가족 관계가 깨질수 있고,모권분쟁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고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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