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차기정권 수반 자리를선점하기 위해 모하메드 자히르 샤(87) 전 국왕과 부르하누딘 랍바니(61) 북부동맹 대통령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선수를 친 쪽은 랍바니 대통령. 그는금명간 카불에 들어가 대내외에 자신을 탈레반에서 해방된 영토의 수반으로 공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카불 입성은 하루 이틀 미뤄지고 있으나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 국왕을 배제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다급해진 샤 전 국왕은 14일 망명지인로마에서 대 국민성명을 발표, “군주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종으로 봉사하기 위해 귀향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이날 제임스 더빈 미국대통령 특사와 만나 귀국일정을 협의한 그는 “북부동맹이 카불에 입성한 것은 지난 달 약속했던 협약을 위반한 행위”라고 랍바니 대통령을 비난했다.
누가 수반이 될 지는 미지수이나 둘모두 개인적인 역량과 대 국민 이미지로 볼 때 아프간 국민을 대표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그는 유엔이 인정하는 정부 수반이라는 점이이점이나 소수 종족인 타지크족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북동부 바다흐샨주 파이자바드에서 태어난 그는 카불대학과 카이로의 알 아즈하 대학에서 이슬람율법을전공한 신학자다.
이슬람 사회당인 자미아트-이-이슬라미 당을 이끌고 구 소련 침공당시 지하드를 벌여 1992년 대통령에 취임했지만 파슈툰족에 쫓겨밀려났다.
미국 등이 밀고 있는 샤 전 국왕은1973년 쿠데타로 축출된 후 30년에 가까운 망명 생활로 국내 기반이 전혀 없다.
그러나 많은 아프간인들은 입헌군주제와 언론자유, 남녀평등 등민주주의를 실험했던 그의 재임 기간을 평화로웠던 시절로 기억하고 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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